[농정춘추] TPP와 국민의 알권리

  • 입력 2015.10.25 10:58
  • 수정 2015.10.25 11:04
  • 기자명 임영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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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환 변호사

미국과 일본이 주도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지난 10월 6일 타결됐다. 타결 이후, 우리정부는 TPP 가입 의사를 내비쳤고 조만간 가입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적으로, 우리정부가 다시 협상을 해 새롭게 양허안을 바꾼다던지 규범을 변경시킬 여지는 전혀 없다고 할 것이다. 차라리 12개 국가들은 한국의 TPP참여를 계기로 더 많은 요구사항을 제시할 것이고, 정부는 TPP 가입을 위해 다른 국가들의 요구사항을 들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TPP 가입은 한국 경제 특히 한국 농업 및 먹거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하다. 예를 들어, 이미 WTO에 통보한 513%의 쌀 관세율이 낮아질 수 있다. 또 농산물 수출국들의 입장을 대폭 반영해, WTO 규범 중 하나인 위생 및 식물위생 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에서 정하고 있는 ‘위생 또는 식물위생 조치’의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규범이 적용될 여지도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정부는 한 차원 높은 자유무역협정인 TPP가입 결정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국민 및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이런 정부의 TPP 가입절차는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절차법)의 적용을 받는다. 사실, 이 법률은 한-미 FTA를 거치면서 국민의 이해와 참여를 통해 통상조약체결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2년 1월 17일 제정된 법률이다.

그런데, 현재 시행되고 있는 통상절차법은 실질적으로 국회가 아닌 정부 중심의 통상 협상이 가능하도록 했고 국회의 감시와 견제가 실효성이 거의 없도록 돼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통상절차법 제5조 및 제6조에서는 정부는 통상협상 개시 전, 협상 중 및 서명이 완료된 이후에 국회에 통상협상에 관한 사항을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제4조(정보의 공개)에서는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정보 공개에 대한 비공개 사유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가 이번 TPP 가입을 밀실행정의 방법으로 처리할 여지가 농후하다. 실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정부의 통상협상을 들여다보려고 해도 국회교섭단체의 합의를 거쳐서 국회의장이 요구해야 그 내용을 볼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은 연방헌법에 따라 의회가 원칙적으로 통상협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고 통상협정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등으로 그 절차가 신중히 진행된다. 물론 현재 미 의회가 소위 TPA법에 따라 행정부에 통상협상의 전권을 위임한 것은 사실이나, 미 행정부는 협상 전, 협상 중간, 그리고 협상 이후에도 의회와 협의하고 협상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있고 특히 의원들에게 협상서류를 반드시 공개해야한다.

국민의 알권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이다. 더군다나 우리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TPP 가입이 국민 개개인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소수의 관료들에 의해 통상협상을 진행해온 과거와 달리, 우리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그 의견을 수렴하여 TPP 가입여부 등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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