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매시장 불낙 기준, 합당한가

  • 입력 2015.10.25 10:57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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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농민이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출하해 경매에 붙였는데, 경락가가 너무 낮아 경매를 취소시키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출하자는 청과에 한 번 위탁한 농산물은 마음대로 되찾아올 수 없다.

지난 11일, 울산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한 부부는 부산시 도매시장에 사과 10kg 42박스를 출하했다. 그리고 다음날 이들이 통보받은 경락가는 42만2,000원. 한 상자에 약 1만원 꼴이다. 너무 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통보를 받은 당시 일당제 작업이 너무 바빠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약 2시간 후 청과에 연락해 경매를 취소시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청과로부터 “이미 중도매인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취소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을 뿐이다.

현재 도매시장에서의 유찰은 사실상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의 동의하에 이뤄진다. 중앙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규정을 봐도, 민법에 근거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낙찰된 이후 유찰 신청은 불가능하다. 단, 농안법에 근거해 출하주가 서면으로 거래 성립 최저가격을 제시한 경우, 그 이하로 낙찰가가 형성되면 경매를 취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부가 이러한 규정을 세세하게 알고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이와 같은 기준에 대해 “출하자가 경매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조건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중도매인 입장에선 믿고서 물건을 살 수 없지 않나”고 답변했다.

하지만 출하자는 값이 안 나와도 경매를 마음껏 취소시킬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최저가격제시’ 같은 규정을 잘 모르고 있는 출하자들도 많을뿐더러, 대부분은 경매 가격이 좋지 않아도 수긍하고 만다. 물건을 되찾아 오는 운송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상추·깻잎 등의 엽채류는 하루만 지나도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한 번 경매에 붙인 것을 다시 가져오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래저래 출하자는 약자다.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출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새로 만들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이와 같은 불낙 규정을 출하자들에게 널리 알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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