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 예산 사실상 삭감하는 박근혜 정부

  • 입력 2015.10.17 22:1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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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농업 예산 홀대가 도를 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년 예산안을 보면 사실상 농업예산 삭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016년 국가 총지출은 전년대비 3.0% 증가한 386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농림수산식품부문 총지출규모는 19조3,000억원으로 증가율은 0.1%. SOC와 산업분야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농업예산이 전체 예산증가율의 30분의 1 밖에 늘어나지 못했다. 이는 국가 총지출의 5%에 불과한 수치다. 이 중 수산을 제외한 농식품 분야만 보면 국가 총지출의 3.7%로 더 낮아진다. 이는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2년 4.2%에서 끊임없이 하락한 결과다.

농업예산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상 농업예산은 삭감된 것이나 다름없다. 농식품 분야의 2016년 총지출 규모는 14조 2,883억원으로 전년도 14조431억원 대비 1.7%인 2,452억원 증액됐다. 그러나 세부내역에서 증액된 것을 보면 쌀 변동직불금의 증가로 인한 것이 전부다. 쌀 변동직불금 예산이 전년대비 2.551억원 증액됐다. 이를 빼면 전체 예산은 삭감됐다.

주지하다시피 쌀 변동직불금 예산 증액은 쌀값 하락으로 인한 것이다. 올 초부터 농민들은 쌀값 하락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쌀이 남아돌고 있는데도 밥쌀을 수입하고, 재고가 누적되는데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올해 쌀값 하락은 풍작과 더불어 예견된 사태였다.

결국 올해 농식품분야 사업 예산은 대부분 감액됐다. 증액된 것이라곤 수입양곡대가 대표적으로, 411억원 늘었다. 이는 다른 사업의 예산 삭감액과 대상면적 감소로 발생한 것으로, 고정직불금 감소액(210억원)이 고스란히 수입 양곡대에 들어간 셈이다.

지금 우리 농업은 위기다. 농민들만이 느끼는 것이 아니다. 모든 농산물이 공급 과잉사태를 맞고 있고, 개방의 파고는 점점 더 높아가고 있다. FTA 체결 숫자는 나날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농업에 치명타를 안겨줄 중국과의 FTA가 국회비준을 서두르고 있다. 또한 정부는 TPP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 위기 속에 농업 예산의 사실상 삭감은 박근혜 정부의 농업 홀대를 넘어서 ‘농업 포기’라 이름붙여야 한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다시 떠올릴 때다. 아울러 이동필 장관의 책임을 촉구한다.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최소한 정부예산 증가율만큼의 예산 증액에 이동필 장관이 직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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