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평화와 통일은 밥을 나누는 것에서

  • 입력 2015.10.17 22:10
  • 수정 2016.07.25 21:17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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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쌀농사는 풍년을 이루었지만 농민들은 풍년농사의 기쁨보다는 쌀값 폭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물론 국회에서도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서 대북 쌀 차관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아마도 현 시점에서 대북 쌀 차관이 가장 효과적인 쌀값 안정 대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대북 쌀 차관을 재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남북이 공동으로 식량을 서로 나누는 것까지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점을 이 글에서 강조하고자 한다.

매년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그동안 국내 식량자급률은 장기적으로 보면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보이면서 최근 약 24%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매년 발생하는 식량자급률의 변동과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하락추세는 모두 쌀농사에 의한 결과이다. 쌀농사가 풍년을 기록하는 해에는 식량자급률이 조금 올라가고, 흉년을 기록하는 해에는 그만큼 자급률이 떨어지는 변동을 보여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쌀의 재배면적이 감소하면서 쌀의 생산기반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모습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한 마디로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지속적으로 생산기반이 축소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고, 여기에 매년 풍작 및 흉작에 따른 단기적인 수급불안 양상이 겹쳐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매년 약 40만 9,000톤에 달하는 의무수입물량이 쌀의 공급과잉과 수급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식량자급률 및 쌀 자급률을 적정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동시에 단기적으로 쌀의 수급조절 및 생산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안정적인 수요가 매우 필수적이다. 대규모의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인스턴트식품 및 패스트푸드의 비중을 줄이는 식생활소비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정책적 효과 측면에서는 대북 쌀 차관을 정례화 하는 것이 더욱 안정적이고 직접적인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북 쌀 차관의 정례화는 북측으로서도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이다. 그동안 식량생산이 복구되면서 최소기준의 식량자급률이 약 92〜93% 수준으로 높아졌고, 지금의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식량자급을 달성하는 것도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논 면적이 적은 자연조건 때문에 주식인 쌀의 부족문제는 여전히 남게 될 것이다. 비록 옥수수, 콩, 보리, 감자 등 보조적인 식량작물로 총량적인 측면에서는 식량자급에 이르더라도 주식인 쌀을 완전히 자급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이와 같이 대북 쌀 차관을 정례화 해야 하는 필요조건 측면에서는 남북이 모두 느끼고 있다. 만약 대북 쌀 차관이 정례화 될 경우 한반도 전체로 보면 식량자급 기반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공동의 식량주권을 강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이익이 아니라 남북 공동의 이익으로 귀결된다. 특히 향후 북측이 자체적으로 식량자급을 달성하게 되는 시점부터는 본격적으로 서로 부족한 식량을 나누는 유무상통이 실현될 수도 있다. 남측에서는 쌀을 보내고, 북측에서는 옥수수, 콩 등을 보내는 것과 같이 서로의 밥상을 나누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호보완적인 식량분야의 협력에 대해 일각에서는 (가칭)남북공동식량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하고 있기도 하다.

몇 사람이 모여서 북한의 붕괴를 대비하는 것이 ‘통일준비’가 아니다. 북한을 흡수하여 통일을 이루는 것이 ‘통일대박’도 아니다.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대박이 아니라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 대북 쌀 차관이 이루어지던 시기에는 남북이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공존의 길로 나아갔고, 반대로 대북 쌀 차관이 중단되었던 시기에는 서로 적대적인 대결관계가 이어졌던 현실을 기억하자. 밥상을 나누는 것은 평화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북 쌀 차관에서 출발하여 남북이 공동으로 식량계획을 마련하는 것과 같은 조치들이 실질적인 통일준비이다.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공존을 통해 상호보완적인 농업협력을 이루어나가면 그 결과가 바로 대박이다. 미래에 농수산업이 대박산업이 되려면 수출이나 벤처에서 찾지 말고, 통일에서 찾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대박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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