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료담합보다 서글픈 것은

  • 입력 2015.10.17 21:56
  • 수정 2015.12.18 16:0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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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 배합사료업체의 가격담합사건은 이제 사건 자체보다도 축산단체와 농식품부가 담합업체를 두둔한 경위에 초점이 모이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의 지적이 그랬고, 현장 농민들의 원성이 그렇다.

담합업체들은 개중 일부가 자진신고로 인한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제와선 담합사실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깎을 대로 깎아 최소치로 부과한 과징금마저도 일부 업체에선 “결국엔 내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한다는 소문이다. 사료협회장이 축산단체에 “탄원서를 내 달라”고 부탁까지 했지만 축산단체가 요구한 사료값 인하마저 감감무소식이다.

축산단체나 농식품부의 담합업체 두둔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사료담합은 없다”고 말하며 사료업체에 탄원서를 써 주고는 ‘사료값 대폭 인하’를 요구한 것부터가 사실 불성설이다. 멀쩡한 업체가 하루아침에 사료값을 10%나 내리는 일은 애초에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 아무런 실리도 얻지 못한 채, 축산단체와 농식품부가 농민들의 뜻에 반해 굳이 무리한 탄원을 넣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이 남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이쯤 되다 보니 짙은 의혹이 드리우는 건 당연지사.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축산단체·농식품부 일부 인사들과 사료업체 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아이언 트라이앵글(Iron Triangle:강력한 삼각 유착관계)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현장의 수많은 축산농가가 또한 같은 의심을 간직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무척이나 서글픈 일이다.

혹은 다행히도 축산단체와 농식품부의 담합업체 두둔이 우리 축산업을 위한 순수한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생각해 보자. 그렇다 해도 이들의 근간인 ‘농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행보라는 점은 변하지 않거니와, 결국엔 순진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축산단체와 독단적이고 허술하기 짝이 없는 농식품부가 보일 뿐이다. 이러나 저러나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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