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운동은 세계화에 맞서 지역적 삶을 살자라는 것”

인터뷰 l 김원일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사무총장

  • 입력 2015.10.16 13:32
  • 수정 2015.10.18 21:42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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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슬로푸드국제페스티벌 11월 18일 킨텍스서 개최
“농업과 농부, 우리 식탁과 지구 살리기 위한 박람회”

‘2015 슬로푸드국제페스티벌’이 ‘멋진 농부와 진짜 맛’이라는 주제로 오는 11월 18일
(수)부터 22일(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
최된다. 지난 13일 김원일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만나 슬로푸드 운동
의 의미와 행사를 개최하게 된 배경을 확인했다.

▲ 김원일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사무총장

- 슬로푸드 운동이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다. 설명을 해주신다면.

슬로푸드 운동은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패스트푸드점을 몰아내는 시민운동에서 출발했다. 슬로푸드라는 말을 대부분 느리게 먹기로 이해하는데 사실 “세계화에 맞서 지역적 삶을 살자”라고 하는 운동의 성격이 깊은 단어로 운동조직과 운동이념으로 진화했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160개 나라에서 10만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슬로푸드국제협회라는 국제단체로 성장했다. 슬로푸드 운동의 이념은 ‘굿, 클린, 페어푸드 올(good, clean, fair food all)’이다. 굿(good)은 자연스럽게 제 속도로 자란 먹거리를 뜻하고, 클린(clean)은 친환경적으로 자연에 해를 입히지 않은 생산, 페어(fair)는 생산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음식으로 누구나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 슬로푸드 운동을 국내에 알리기 위해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가 하는 구체적 활동은 무엇인가?

3가지 활동을 한다. 첫 번째는 생산자와 공동생산자의 연결, 두 번째 소비자교육. 세 번째 생물다양성 보호다. 우선, 슬로푸드 운동에선 소비자를 공동생산자로 부른다. 소비자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농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생산자인 소비자가 식생활을 책임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사회에선 돈벌이를 위해 먹거리로 장난을 치는 글로벌푸드시스템과 패스트푸드시스템이 생산자와 공동생산자를 가로막고 있다. 이를 걷어내고 직접 연결해야 건강한 음식과 정당한 대가가 따른다. 마트대신 장터를 활성화하려는 이유다. 더불어 농활을 국민운동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은 특별한 감수성이 있다. 대학시절 농활을 가서 농사짓는 농부들의 얼굴을 보고나도 농민운동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청년들이 농촌에서 직접 일손을 도우면 의식이 변하고, 의식이 변화된 청년이 성장해야 농업이 바뀐다.
두 번째는 음식과 미각 등의 소비자 교육이다. 아이들이 뭘 먹는가를 보면 20년 후가 보이고 농민들이 어떤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가 나온다. 아이들의 입맛이 농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생물다양성 보호 운동이다. 몬산토와 카길 등 다국적 자본주의에 의한 환경파괴로 풍성했던 식재료가 사라지고 있다. 생물다양성이 소멸되는 것을 우리가 함께 손잡고 막아야 한다. 막는 방법은 먹는 것이다. 먹으면 농부가 지켜준다. 먼 미래엔 우리 아이들이 맛과 먹는 문화를 상실하고 캡슐을 먹을 수도 있다. 생명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슬로푸드 운동에선 노아의 방주처럼 맛의 방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700여개 정도가 등재됐고 한국에선 47개를 승선시켰다. 소멸 위기의 맛을 지키기 위해선 농부들이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요새라는 뜻의 프레시디아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 슬로푸드국제페스티벌이 국내에서 열린다. 소개를 한다면?

한 마디로 ‘농업과 농부, 우리 식탁과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박람회’다. 아시아태평양의 슬로푸드 국제행사로 짝수년엔 이탈리아에서 홀수년엔 한국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주요하게 컨퍼런스와 박람회로 진행되는데 전체 주제는 ‘멋진 농부와 진짜 맛’으로 잡았다. 멋진 농부는 농부가 멋져져 청년들이 원하는 직업이 됐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담긴 표현이다. 진짜 맛도 공장에서 찍어낸 후진 맛이 아니라 농부들이 생산한 제대로 된 참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각종 토론회가 열리는 컨퍼런스의 핵심주제는 밥상나눔과 평화다. 생산이 부족해 굶는 게 아니다. 전 세계 73억명 중 8억명이 굶는다. 그런데 농업생산 중 40%가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진다. 불균형이 문제다. 아무리 친환경이라도 먹다가 버리면 소용이 없다. 농민들 스스로 내가 생산한 좋은 것을 나누고 소비자도 아이한테 먹이고 싶은 걸 나누는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먹거리운동에서 가장 어렵고 마지막 단계가 북한과의 음식나눔이다. 나눠야겠다는 마음이 국민적으로 차오르면 공동체성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면 남북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전통식품 박람회도 중요하다. 공장형 음식말고 농장형 음식만 나오는 박람회다. 시민들은 컨퍼런스에서 어려운 얘기지만 필요한 얘기를 들을 수 있고, 지루하면 제대로 된 좋은 음식을 박람회에서 먹을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멋진 농부라는 주제에 맞게 농부패션쇼도 한다. 특별관으론 어린이 음식관과 차관이 있다. 슬로푸드가 어린이들에게 가장 절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커피문화를 차문화로 바꾸는 것이 농업에 있어 절실하다. 커피의 10%만 차시장으로 바꿔도 여러 농작물을 살릴 수 있다. 미식과학대학 단기 코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이를 위해 이태리에서 교수 4명이 온다.

- 슬로푸드 운동은 농민운동과도 맞닿아 있는데 한 말씀 하신다면.

농민운동에 있어 공동생산자 의식을 소비자들이 갖추게 하는 게 과제라고 생각한다. 도농연대를 농민운동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청년들이 갖는 농업에 대한 관심이나 접근이 대단히 높다. 이런 청년들을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슬로푸드 운동에선 소비를 투표라고 표현한다. 당신의 식탁에서 투표를 잘해라. 뭘 투표를 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 농장형 음식을 먹어야 농민이 살고 공장형 음식을 먹으면 공장이 산다고 한다. 농민운동도 지구의 지속가능성, 농자재 선택이나 소비자로서의 선택 등 그동안 덜 관심가진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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