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무 밭떼기 거래 실종 … 수확 앞둔 농민 발만 ‘동동’

무·배추 시세 전망 ‘먹구름’ … 상인 자취 감춰

  • 입력 2015.10.16 13:27
  • 수정 2015.10.16 13:46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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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 지난 13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구암리의 한 무밭에서 나삼주(왼쪽)씨와 강성일씨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포전거래가 끊겨 향후 판로가 불투명한 현실을 토로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김장 무·배추 밭떼기 거래가 뚝 끊기면서, 당장 11월 초부터 수확에 들어가야 하는 농민들은 초조함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특히 김장 무는 밭떼기 거래가 이뤄진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 구암리에서 무를 재배하는 나삼주(58)씨는 “적어도 9월 20일 경 밭떼기 거래가 시작됐어야 정상인데, 올해는 단 한 평도 계약하지 못했다”며 “만약 수확기가 지나도록 거래 성사가 안 되면 밭을 갈아엎어야 할 수밖에 없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씨는 최근 몇 년간 밭 일부를 지속적으로 폐기해 오고 있다. 지난해도 처음엔 산지유통인과 평당 4,000~5,000원에 계약을 맺었지만, 무 시세가 떨어지자 유통인이 계약을 포기해 결국 로터리를 쳐야했다. “이제 김장 무는 끝난 것 같다”고 연신 말하는 나씨의 목소리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공음면에서 무 농사를 짓는 강성일(57)씨도 “지난해에도 밭떼기가 어려웠는데 올해는 더 어렵다. 작년엔 결국 상인에게 평당 500원에 밭을 넘겼다. 밭이라도 치워야겠다는 심정이었다”며 “무 생산비는 평당 3,000원, 땅 임대료는 평당 1,500원이다. 적어도 4,000~5,000원은 돼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 지금 이대로는 농사짓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포전거래가 부진한 이유는 향후 무 값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올해 김장 무 예상 생산량은 평년대비 2% 증가한 59만9,000톤으로, aT는 특별한 소비요인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무 값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전국적으로 가을 무·배추 포전거래는 30% 정도 이뤄졌다. 원래 이 시기에는 60%까지 완료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산지유통인들은 특별한 기후 변수가 없을 경우, 무·배추 가격 전망은 어둡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무총장에 의하면 포전계약 금액을 평당 5,000원으로 잡았을 때, 5톤 트럭 기준 수확부터 경매 상장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약 350만원이다. 즉, 산지유통인들이 본전을 찾기 위해선 무 20kg 한 상자 시세가 7,000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지난 14일 가락시장 무 경락가는 상품 기준 7,500원이었으며, 중·하품은 이보다 낮은 상황이다.

김치 수입, 해 거듭할수록 늘어

김장 무 값 하락 원인으로는 수입과 소비 감소 등이 꼽힌다. 예전과 달리 김장철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으며, 쌀 소비가 줄면서 김치 소비도 자연스럽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 수입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올해 김치 수입량은 지난 9월까지 약 2만톤이었으며, 이는 지난해 1만8,406톤보다 많은 수준이다.

나삼주씨는 “배추와 무 값은 같이 폭등락하기 때문에, 무도 수입 김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성일씨도 “무 값 하락의 제일 큰 원인은 수입”이라며 “조금만 가격이 오르면 정부에서 수입하는 식이니, 값이 제대로 형성되는 품목이 없다. 이런 식으로는 농촌에서 파산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같은 김장채소인데 무는 왜 폐기 안하나”

농민들은 김장 무 계약재배물량 폐기 문제도 제기했다. 나삼주씨는 “정부에서는 무는 전혀 김장 채소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지난해도 결국 무를 갈아엎을 정도로 가격이 폭락했지만, 정부에서는 배추만 폐기했을 뿐 이다”고 비판했다.

현재 농식품부에서는 노지채소수급안정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김장 무도 사업대상 품목 중 하나다. 또 수급조절매뉴얼을 통해 일정 기준 이하로 시세가 떨어지면 계약재배 물량 일부를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폐기 시에는 최저보장가격이 지급된다. 문제는 매뉴얼 기준 가격이 너무 낮아, 산지에서는 밭을 갈아엎고 있어도 폐기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10월 기준, 무 폐기가 가능하려면 가락시장 경락가가 18kg당 6,664원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나삼주씨는 “무 가격이 평당 2,000원까지 떨어졌는데도 폐기 처분이 내려오지 않았다. 팔 수 있는 곳도 없으니 무를 그대로 밭에 방치할 수밖에 없었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비용을 들여가며 폐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농가 입장은 이해하지만, 계약재배 물량 폐기는 수급조절매뉴얼에 따라 심각 단계 아래로 내려갔을 경우에만 실시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시장가격 평균을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농가 하나하나 모두 신경 쓰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최근 무 값 하락에 따라 고랭지 무 1,563톤 자율 산지폐기, 준고랭지무 8,000톤 수매비축, 봄무 수매비축물량 1,213톤을 감모처리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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