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개방 선언 1주년 정책토론회]
쌀 전면개방 시대, 대책을 묻는다

쌀 관세화 전환, MMA 쌀 ‘의무’ 아냐
쌀을 통한 남북교류 물꼬 ‘필요’

  • 입력 2015.10.11 17:19
  • 수정 2015.10.11 17:4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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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 쌀 개방선언 1주년을 맞아 쌀 현안과 해법에 대한 정책토론회가 최규성·유성엽·신정훈 의원 공동주최로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9월 30일 세계무역기구(WTO)에 쌀 관세화를 공식 선언하며 쌀 수정 양허표를 제출했다. 그로부터 1년. 쌀값은 80kg당 15만원 대로 떨어지고, 정부 창고에는 재고쌀이 꽉 차 더 이상 쌓아둘 곳이 없다. 거기에 수입의무를 벗은 줄 알았던 밥쌀도 필요 물량은 언제든 들여온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야말로 쌀의 사면초가.
쌀 개방 선언 1년을 맞아 지난 2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는 우리 쌀농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봤다. 아울러 쌀값 폭락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농민들의 상황도 들어봤다.

•주최 : 최규성 의원, 유성엽 의원, 신정훈 의원
•기록 : 안혜연·박선민 기자
•정리 : 원재정 기자·사진 : 한승호 기자

 

▲ 최승환 교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주제발표 1 / 밥쌀 수입에 대한 통상법적 검토
“MMA쌀 40만8,700톤, 개방 이후엔 ‘의무’ 아냐”

최승환(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정부의 쌀 TRQ 제도 운영에 따른 두 가지 법적 쟁점을 검토해 보겠다. 하나는 관세화 전환 이후 ▲시장접근 물량 40만8,700톤 모두 수입의무가 있는지, 기타 품목이나 다른 국가들처럼 ‘시장접근 기회’만 보장해도 되는지, 또 하나는 ▲‘가공용’으로만 규제가 가능한지, 국내 상업적 수요가 있는 한 밥쌀용 유통도 보장해야 하는지의 문제다.
우선 관세할당(TRQ)이란, 특정품의 수입에 대해 일정량까지는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그것을 초과하는 수량은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수입수량의 과도한 증가를 방지하고 동종제품의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중관세제도다. 관세화 이후 쌀은 40만8,700톤은 5% 저율관세로, 그 이상의 물량은 513% 고율관세로 수입하는 이중구조가 됐다.
2014년까지 TRQ 물량은 쌀 시장개방을 하지 않은 단계의 일종의 대가인 만큼, 수입의무를 적극 이행해야 했다.
올해는 쌀시장을 전면개방했다. 513% 관세만 내면 누구나 쌀을 수입할 수 있다. 다만 할당 내 관세(5% 관세, 40만 8,700톤)에 대한 물량은 수출국의 시장접근 ‘기회’만 보장하면 되는 것이지 수입의무까지 수락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40만8,700톤을 100% 수입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아울러 논란이 되고 있는 할당 내 관세물량 중 밥쌀, 가공용쌀 등 수입쌀의 용도는 우리 정부가 제반 상황을 고려해 합목적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40만8,700톤의 할당 내 관세물량은 용도에 관계없이 수출접근 기회만 제공하면 된다.
밥쌀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견해가 상반되고 있다. 차후에 문제가 되고 설령 WTO에 제소돼 패소한다 하더라도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국내 산업을 적극 보호하겠다는 의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주제발표 2 / 일본의 MMA 쌀 관리 실태
“MMA쌀, 주식용 최소화 해도 재고량 늘고 쌀값 폭락”

유카와 요시로 (일본농민운동연합회(노민렌) 상임위원)
영상발표

▲ 유카와 요시로 상임위원(노민렌, 영상발표)

일본은 1999년 관세화를 선언해 지금까지 약 77만톤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현재 일본 쌀 소비량의 10% 정도에 해당된다. 이 중 밥쌀은 10만톤 정도다. MA쌀의 용도는 가공용, 사료용, 해외원조와 밥쌀용 등이다.
가공용과 해외원조가 많은 물량인데, 해외원조의 경우 WTO가 쌀 무역을 왜곡한단 이유로 무상원조를 금지하고 있어 일본 독자적으로 늘릴 수는 없다. 최대 189만톤까지 늘어난 MA쌀 재고를 줄이기 위해 가축사료용으로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 사료용이 가장 많다. 하지만 1톤당 약 10만엔의 미국산 쌀을 약 2만엔의 가축사료용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재정부담은 늘고 있다. 일본 농민들은 국내 수급에 불필요한 MA쌀 수입을 강요받아 재정부담까지 떠안으면서 해외원조나 가축사료용으로 돌린다는 방법은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MA제도 자체는 폐지돼야 한다.
결국 MA쌀 때문에 일본은 쌀이 과잉되고, 쌀값 폭락이 심각해지고 있다. MA 운용을 합리적으로 한다 해도 결국 일본의 쌀시장에 계속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본 농민들은 MA 쌀 수입이 몰고 온 쌀값 하락으로 생산비의 60~70%밖에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가소득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난 민주당 정권 당시 ‘쌀 호별 소득 보장대책’으로 상당부분 보완책이 마련됐었다. 생산비용을 고려한 기준가격(60kg당 1만1,978엔)을 설정해 직접지불교부금과 가격하락시에는 기준가격과의 차액보조가 교부되어 소득보완책이 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아베정권에서 폐지됐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TPP로 새롭게 주식용 쌀 수입의 한도가 확대되는 것이다.
한국 또한 국내 소비를 채울 수 있는 생산력이 있는 한 과잉문제는 점점 심각해 질 것이며, 전량을 해외로 돌리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본다.

 

▲ 장경호 부소장(농업농민정책연구소)

주제발표 3 / 쌀 현안 해법에 대한 제안
“쌀 현안, 정부가 적극 나서야”

장경호(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최근 우리 쌀시장의 주요 이슈는 추가 개방, 밥쌀 수입 논란, 쌀값 폭락 우려, 이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쌀 추가개방과 관련한 쟁점은 TPP 가입이다. 뒤늦게 TPP에 가입하게 된다면 TPP참여 12개국 각각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쌀을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둘째 밥쌀 수입은, 정부가 국내 수요가 있으니까 수입한다는 논리인데 이 수요란 것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인위적 수요가 원인이다. 결국 정부의 정책실패가 만든 수입쌀 수요에 대해 농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적반하장식 논리에 불과하다. 세 번째 쌀값 폭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현재 쌀값이 15만9,000원대로 떨어진 상태고 재고량이 상당하다. 7월 현재 재고량은 132만7,000톤으로, 지난 2010년 가장 많은 150만톤 재고량 당시 쌀값은 13만2,000원이었다. 이 추세로 가다보면 2010년 재고량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으며 쌀값 폭락도 최대가 될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쌀정책의 해법은 제도적인 것과 정부 정책의지로 나뉜다.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최소한의 조치는 ‘밥쌀 수입 중단’이다. 과잉재고 문제는 가공용, 주정용 소비를 촉진한다 하더라도, 해외원조 혹은 대북지원 재개 등의 시장격리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효과가 없다. 과거 2010년처럼 13만원대로 쌀값이 폭락하고 이를 변동직불금으로 보전한다면 정부 재정부담은 어마어마할 것이며, 다른 나라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해결방법이 없다는 문제도 불거진다.
제도적으로는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의 개편 ▲TRQ 철폐와 감축 요구 ▲TRQ물량 종합관리방안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쌀의 전국단위 경제사업체가 조직돼야 한다. 이를 통해 농가 소득과 수급조절, 생산조정, 가격안정 등 종합적 조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정토론]

▲ 임영환 변호사

“MMA 쌀 수입 관련 정부의 이중적 태도, 문제 심각”
임영환(변호사)

밥쌀용 쌀 수입 문제에 대해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 정부는 시장접근물량 설정을 놓고 국내 시장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쌀에 대한 MMA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정부는 MMA 쌀을 수입할 경우 국내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내수용의 경우 자체적으로 자유롭게 사용용도를 정할 수 있다. 현재 정부 주장과 같이 ‘WTO 일반원칙’을 적용해 사용용도별로 적절히 수입하겠다는 것은 자신들이 세운 원칙인 국내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사용용도 지정과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시장접근물량은 품목별 물량만 정해져 있을 뿐 사용용도는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짚고 넘어간다.
최근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이 정부를 상대로 2015년 쌀 수입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정부는 해당 정보가 대외비 문서로 분류돼 공개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 또한 2014년도 물량에 대해 공개했던 정부 태도를 스스로 거스르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수입관리요령만 봐도 농식품부 장관은 매년 품목별 양허관세 추천계획을 수립하고 양허관세 신청 개시 90일 이전에 공표해야 한다고 돼 있다.

 

▲ 김호 교수(단국대)

“쌀값 폭락, 현실적 대책 마련 시급”
김호(단국대 교수)

지난해 쌀관세화를 앞두고 만든 식량정책포럼도 60%는 관세화 찬성하는 인사들이고 반대하는 사람 2~30%에 불과했다. 이 포럼에서 회의를 할라치면 갑론을박, 결론은 다수결로 하자니 반대의견은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쌀값 하락 문제가 심각하다. 재고물량도 넘치는데 가장 큰 원인은 MMA 물량이다. 실제 40만톤이 공식적인 5% 저율관세 수입물량이지만, 비공식적 가공용쌀들도 수입돼 올거란 추측이다. 10만톤 쌀의 1년 보관료가 300억원이라고 한다. 수입쌀 물량을 고려하면 1,200억원이 든다는 계산인데, 그 돈을 그냥 쌓아두는 데 쓰지 말고 저가에 사료로 판매하든, 가공공장에 넘기든 보관료에 대한 지출만이라도 줄여야 한다. 또 대북지원이든 가공용이든 재고물량을 줄이는 데 힘을 쏟길 바란다. 누적된 재고미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은 농민들이 쌀농사를 포기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상황에서, 쌀생산 농가들의 논면적을 유지한 채 자급률이 낮은 잡곡으로 생산을 전환시키는 중장기적인 정책도 세워달라.

▲ 정학철 사무총장(전국쌀생산자협회)

“풍년들어 쌀값 폭락 온 것 아니다”

정학철(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

현장에 나가보시라. 쌀값 폭락 상황이 심각하다. 쌀값 하락은 풍년이 원인이 아니라 수입쌀에 있다. 가공용 쌀을 원칙 없이 낮은 가격에 시중 유통시켜 공급이 많아졌다.
도시의 직장인들이 10~15년 전보다 월급을 덜 받는다면 어떻게 되겠나. 농촌현실이 꼭 그렇다. 오늘 토론회에서 일본 노민렌 관계자의 말 중 “일본은 쌀 자급이 가능한 나라인데 왜 쌀을 강제로 수입하는지 모르겠다. 세계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 굶어죽게 만드는 불합리한 것”이라는 발표가 인상 깊다. 이 부분에 대해 공동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공공비축미 수매도 확대해야 한다. 수입쌀은 41만톤을 사면서 우리쌀은 36만톤만 사들인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공공비축미 물량 배정문제도 생산량을 감안해 재배정해 달라.

 

[좌장]

▲ 윤석원 교수(중앙대)

윤석원(중앙대 교수)

쌀문제의 해법을 논의하고자 전문가 포럼을 만들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계획한 대로 쌀 개방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시중 쌀값이 폭락한 가운데 수확기가 됐다.
농민들의 소득보전은 어떻게 되는지, 정부의 장치들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속시원한 해법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쌀 전문가들은 참으로 많다. 하지만 현장을 모르는 분들도 수두룩하다. 정부 또한 정부정책과 입장을 같이 하는 전문가들 얘기 보다는 정부정책에 쓴소리 하는 전문가들과 진지한 소통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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