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PP 참여로 기어이 쌀을 추가개방 하나

  • 입력 2015.10.10 14:4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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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밥쌀 수입 강행과 쌀값 폭락에 대한 우려로 농민들 가슴이 타들어가는 가운데 날벼락 같은 소식이 하나 더 성난 농심에 불을 지르고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사실상 타결되자마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한국도 TPP 참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꾸준히 TPP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때 최 부총리의 발언은 사실상의 참여 선언과 같다.

세부 협정문이 공개돼야 보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겠지만 TPP에 참여할 경우 최소한 쌀의 추가 개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이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 미국 쌀을 추가로 더 수입하겠다고 양보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TPP 협상에서 일본은 기존의 쌀 의무수입물량(TRQ) 이외에 미국과 호주로부터 쌀을 추가로 더 수입하기로 합의를 해 줬다. 이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도 농민들이 즉각적으로 반발하면서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의 쌀 추가 개방을 무기로 삼아 미국의 러셀 차관보는 일본과 같이 한국도 미국 쌀을 추가로 더 수입해야 TPP에 참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기자회견까지 한 바 있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쌀의 추가개방을 강력히 요구할 경우 정부는 TPP에 참여하지 않거나 아니면 쌀을 추가 개방하는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이 경우 정부의 선택이 쌀의 추가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과거의 수많은 통상협상 경험으로부터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일본의 농민들이 TPP에 반대하는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듯이 한국의 농민들도 쌀을 지키기 위해 또 다시 아스팔트 농사를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비록 최 부총리가 TPP에 참여하더라도 쌀을 제외하겠다는 발언을 했으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농민은 별로 없다. 오히려 농민들은 최 부총리의 발언이 일회성 사탕발림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쌀의 추가개방은 없다는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는 방법은 단 한 가지밖에 없다. 그것은 TPP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박근혜 정부는 또 다시 농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정부라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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