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쓸쓸한 한가위

  • 입력 2015.09.19 16:46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은 이렇듯 우리 민족에게는 풍요로운 명절이다. 먹을 것이 부족한 삶 속에서 추석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결실을 얻는 때다. 고된 노동과 주린 배에서 벗어나는 때. 결실을 걷어 들이는 노동은 고되지 않았고, 햇곡식을 배불리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오늘날도 추석을 앞둔 농민들은 풍성한 수확을 기다린다. 농산물 시장에서 가장 큰 대목은 역시 추석장이다. 추석은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농산물이 거래된다. 추석 대목장의 농산물 시세는 일 년 중 가장 높다. 농민들은 누구나 내가 출하한 농산물이 최고가를 세우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많은 농민들이 추석 대목에 맞춰 농산물의 생산시기를 조절한다.

그런데 이제 그런 추석 대목장의 풍경은 점점 아득한 추억이 돼가고 있다. 추석 특수에 맞춰 수확한 햅쌀은 가격이 폭락했다. 그 하락폭이 작년 대비 무려 20%나 된다. 가격은 고사하고 일반 쌀이 나오기 전에 전부 팔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과일 값도 심상치 않다. 배 값은 작년에 비해 거의 반값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산량은 작년 대비 10% 감소했는데 가격이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과는 평년보다 소폭 상승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배추·무·고추 가격은 폭락해 정부가 수매비축을 시작했다. 배추가격은 지난 8월 이후 계속 하락해 추석을 앞둔 지금 평년대비 40%까지 폭락했다. 무 역시 마찬가지로 가격이 폭락했다. 고추는 재배면적이 평년대비 22%감소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평년대비 21%나 하락했다. 결국 정부가 수매비축을 통해 출하조절을 시작했다. 종합해 말하면 농민들은 배추농사 무농사 고추농사 모두 망쳤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수매가는 생산비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소득을 얻기는 틀렸다.

이제 농민들에게 추석 특수는 없다. 추석 대목을 기대하며 지은 농사가 예외 없이 가격폭락 사태를 맞고 있다. 풍성한 한가위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만큼 아득하다. 그래서 올 추석을 맞는 농민들은 더욱 쓸쓸하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