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가 철새 탓? “자연을 거스르는 결론”

서상희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 입력 2015.09.19 16:36
  • 수정 2015.09.19 16:3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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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서상희 교수는 정부의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정책에 대해 가장 신랄한 비판을 해 온 학자다. 학계에서도 남다른 학구열과 외뿔같은 고집으로 유명한 그는 언제나 철저한 이론적 근거를 내세워 정부 정책을 비판해 왔다. 정부가 끝내 AI의 원인을 철새로 돌렸다. 곧이어 전남에서 다시 AI가 발생했고, 올 겨울 구제역·AI가 크게 유행하리라는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의 흐름이 똑같이 반복되는 모양새. 서 교수는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 서상희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가축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소신 있는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전염병과 함께한 지난 1년여, 어떻게 보냈나.
특별히 구제역·AI에만 매달리는 건 아니다. 메르스 백신 개발을 진행하는 등 연구 영역도 넓고, 집-연구실-집-연구실을 반복하면서 1년에 5~6개의 논문을 쓰는 등 항상 바쁘게 살고 있다. 구제역·AI에 대해선 과학적으로 틀린 것을 틀렸다고 지적할 뿐이다. 난 어디까지나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학자다.

정부 방역정책에서 가장 답답하게 여겼던 부분은 뭔가.
구제역 백신 문제는 결국 내가 지적한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 단적인 예다. O manisa 백신(구형)은 임상증상만 완화할 뿐 감염은 막을 수 없다. O 3039 백신(신형)도 결국 응급도입용 백신으로 정상적인 기능은 할 수 없다. 최소한 안동주 백신(맞춤형)을 진작 도입했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음에도 계속 고집을 부려 큰 피해를 낳았다. 이 문제는 농민들이 정부에 피해보상을 청구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정책 실패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적했던 학자들이 정부 정책에 참여하는 일은 여전히 보기 힘든 것 같다.
정책 테이블에 서는 학자들을 다양화해야 한다. 농식품부 출신이나 농식품부와 연관 있는 학자들이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들이 단지 정책을 정당화시켜주는 일을 하고 있다. 반대 의견을 가진 학자들도 포함시키고 회의록도 철저히 기록해 발언에 책임을 지워야 한다. 이들 위원회에서 자문만 제대로 했더라면 구제역·AI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정부가 2014~2015년 AI의 원인을 결국 철새로 확정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자연을 거스르는 결론이다. 8개 유전자 각각을 보면 중국 것과 유사해 보이지만 전체를 보면 명백히 국내에서 변이된 바이러스다. 답을 미리 철새로 정해 놓고 조사를 거기에 끼워 맞춘 것이다. 역학조사에 대해 비판적 학자들이 정부 측과 대등하게 맞섰던 것은 2011년 구제역 국회민생대책특별위원회가 유일했다. 여기서 정부 측이 우리가 요구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흐지부지 끝나면서 그 이후로 이런 식의 역학조사가 되풀이됐다. 그 때 확실히 했어야 했는데, 돌이켜 보면 통탄스런 일이다.

벌써 AI가 발생했지만 현장에선 특히 올 겨울 대대적인 구제역·AI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고는 없지만 바이러스는 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어떤 바이러스가 어느 지역에 어느 정도 돌고 있는지 제대로 조사조차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바이러스는 여름 동안 전수조사를 했어야 하고, 구제역 백신은 시범공급 중인 안동주 백신을 빨리 확대해야 한다. 구제역·AI와 같은 국가재난형 질병은 농민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정부 정책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매번 지금과 같은 소모전은, 세금을 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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