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예외 없는 식품완전표시제와 ‘먹거리 시민’

  • 입력 2015.09.18 13:06
  • 수정 2015.09.18 13:14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우리 시민들은 자신이 매일 먹고 있는 먹거리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가. 더군다나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 제대로 된 정보 습득과 교육을 얼마나 제공받고 있는가. 정보화·지식사회라고 하지만 우리가 먹는 식재료와 식단의 양적 질적 정보에 대해 알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공급자에 비해 너무나 큰 비대칭적 불공정 관계에 놓여 있다.

가정·학교·직장·외식에서 섭취하는 식재료의 제조원과 첨가물 정보(유전자조작식품(GMO) 사용량, 방사선조사량, 방사성물질 함유량, 화학합성첨가물 사용량, 환경호르몬 정보) 등이 불분명한 식재료들이 너무나 공공연하게 과다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GMO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2014년 우리나라 식용 GMO 수입량은 지난해(168만톤) 대비 36% 증가한 228만톤(옥수수 126만톤, 대두 102만톤)으로 세계1위를 기록했다. 사료용 GMO 역시 854만톤이나 수입돼 무려 1,000만톤을 넘었다. 가히 ‘수입 GMO의 천국’이다. 그런데도 GMO 사용 표시 제품들을 마트에서 구경하기 힘들다. 그 많던 GMO는 누가 먹었는가. GMO를 사용했더라도 원재료 중 사용량 5순위 안에 포함되지 않거나, 포함되었어도 GMO DNA나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엉터리 식품표시제의 최대 수혜자는 초국적 식품기업과 국내 수입·가공 식품기업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건강을 위협받는 소비자 시민과 수입 먹거리에 무너져온 생산자 농민이다.

우리나라의 있으나마나한 엉터리 표시제와는 달리 유럽과 중국은 GMO완전표시제를 시행하고 있고, GMO 수출로 막대한 이득을 보며 GMO 표기에 가장 방어적인 미국에서조차 GMO 표기 의무화 법안이 무려 29개주에 상정되는 등, 이제 GMO 식품의 문제는 전 세계 시민과 그로 인해 무너져가는 농민의 공통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농업·농민의 생존과 소비자 시민의 생명을 송두리째 앗아 온 자본에게 재갈을 물리는 운동이 시민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28일 서울행정법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GMO 수입업체 등 기본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동안 GMO 정보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식약처가 “기업의 영업비밀”임을 강변하며 거부하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3월 GMO정보공개청구소송을 내고 승소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GMO완전표시제로의 식품위생법 개정안이 힘을 얻을지 주목된다.

최근 생협 운동에서는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예외 없는 식품완전표시제’ 실현 운동에서 보듯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히 안전한 먹거리를 공동구입하는 데서 나아가 생산과 가공·제조, 유통·소비 전 과정에 대해 성찰하고 먹거리·농업의 사회적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공공정책 결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먹거리 시민(food citizen)’은 바로 이분들을 일컫는다.

완전개방 앞에 생존의 위기에 처한 우리 농업·농민의 희망은 이처럼 깨어 있는 먹거리 시민과 함께 하는 데서 열릴 수밖에 없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