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최고의 나눔은 참여랍니다

  • 입력 2015.09.13 09:56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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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마을 이장인 남편에게는 중요하지는 않아도 몇 가지 권한이 주어집니다. 그 하나가 명절을 앞둔 때, 쌀이나 양말 등 이웃나눔 대상자 몇 분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민주적으로 마을 회의에서 의논하면 좋겠지만 세세한 모든 것을 다 논의하자면 복잡하니까 이 정도는 이장의 판단으로 추진됩니다.

아무리 남의 집 사정을 잘 아는 촌 생활이라 할지라도 미세한 변화까지는 읽어내지 못하므로 남편은 식탁에서 누구를 추천할지를 묻습니다. 이럴 때는 마을회관에서 마을 분들과 말씀을 많이 나누시어 마을 분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시어머니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되는 편입니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제 일에 바빠 다른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이 없으니 사정을 모르기도 합니다. 대개 갑자기 농기계 사고가 나신 분이랄지, 또는 오랫동안 몸져 누워계신 분들을 추천합니다.

일전에 신문을 보다가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에서 소외된 계층들에게 물질적 지원보다 사회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더 절박한 문제라고 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곤란한 분들께 물질적 지원이 우선이지 사회참여가 웬 말이냐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런데 단디 생각해보니 생각보다 깊은 뜻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생활의 곤란함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한참시기를 겪는 것이므로 세상에서의 위축감이나 소외감이 더 크다는 것이고 새롭게 무엇에 도전해 볼 용기나 힘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불우한 이웃을 돕는 최선의 방법이 사회참여 지원이라 하니, 옳소!

생각이 꼬리를 뭅니다. 어디 불우한 이웃에 관한 이야기이기만 하겠습니까? 농사짓는 우리들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이겠지요. 불우한 이웃은 아니어도 직업으로서 농업은 그리 인기 있는 업종이 아닙니다. 인기가 뭡니까? 올바른 먹거리와 참삶을 위한 몇몇 식자분들의 귀농이 아닌,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여성농민들에게 농업은 업보와 같이 느껴지기 예사입니다. 키우는 재미로야 치자면 농사만한 것이 없다지만 그 주변사정으로 말미암아 농업은 천덕꾸러기에 다름 아닙니다. 힘겨운 농사일과 널뛰는 농산물 값, 내일을 알 수 없는 기후변화 등 혹독한 시련의 연속입니다. 무엇보다 농사일의 주인으로 자리하지 못하는데 어려움이 제일 큽니다. 농사의 주인이 어때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시절이 하자는 대로 세상살이 따라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고 싶은 농사 대신 돈 되는 것으로, 농법도 내가 아는 방식이 아니라 돈이 되는 방식으로, 게다가 값은 말할 수도 없으니 농사일의 머슴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기자, 교사, 공무원만큼 농민은 전문적이고도 중요합니다. 농민들에 대한 예우가 소득보장으로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기술함양을 위한 교육, 복지 등 다양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겠지요. 여기에 지역사회 참여의 길을 열어놓으며 그들의 가치를 추켜세운다면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불우이웃은 아니지만 직업으로서 농업은 불우하게 느껴지고 종사자들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농민들에게는 더 절박한 문제이겠지요. 면체회 운영위원에, 지역농협 영농회 이사진에 여성농민은 별로 없습니다. 대신 궂은 일이 있는 곳에서 제 몫을 다할 따름이지요. 일을 제일 잘하므로 마을 개발위원에, 경험이 많으므로 체육회 고문 등의 이름으로 참여하게 합시다. 사회참여, 별 것도 아니고 어렵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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