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감귤 설자리 위태 … 문제는 ‘유통’

“가격보장 먼저 이뤄져야 농가에서 고품질 감귤 생산 동기 생길 것”

  • 입력 2015.09.05 20:47
  • 수정 2015.11.22 20:50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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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노지감귤의 여건에 농민들이 고생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의 김윤천씨는 필사적으로 품질 향상 자구책을 강구하면서 일부는 만감류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권순창 기자

제주시 남원읍에서 10년간 감귤농사를 지어온 김윤천(49)씨는 총 1.5ha의 면적에 감귤과 레드향, 천혜향 등의 만감류를 재배한다. 노지와 하우스 면적의 비율은 1대 2 정도로 하우스 면적이 더 넓다.

노지 감귤 농사만 지었던 김씨가 하우스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잦은 서리 피해 때문이다. 하지만 날씨 말고 중요한 이유가 더 있다. 들쑥날쑥한 노지 감귤 가격 때문이다.

하우스 1,000평의 시설 투자비용은 약 1억3,000만원. 이 중 절반인 7,000만원을 농민이 자부담해야 한다. 하우스를 지음과 동시에 빚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김씨가 점차적으로 하우스 비율을 높이는 이유는 노지 감귤 가격 지지가 어려워서다.

“노지 감귤은 수확량과 가격 예측이 특히 더 힘들어요. 감귤 1관(3.75kg)에 못해도 3,000원은 나와야 하는데 지난해엔 2,200원이었고 5~6년 전에는 500원에 불과했어요. 하우스가 늘어나다보니 12월에 감귤이 홍수 출하되고, 레드향·천혜향 등 노지감귤을 대체할 수 있는 만감류도 많아져 노지 감귤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요. 여기에 FTA로 인한 수입과일까지 들어오니 힘들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김씨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김씨는 감귤 품질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10년 전 당시 귀농한 김씨는 누구보다 먼저 타이백을 깔고, 일조량을 방해하는 귤나무를 과감히 베어내는 등 감귤 당도를 높이기 위해 힘써왔다. 또 7~8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레드향을 먼저 재배했다. 껍질이 얇고 달콤한 맛이 강한 레드향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지금 이 지역 농민들 중 상당수가 김씨를 따라서 레드향을 심는다.

농가의 자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귤 산업이 불안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가장 큰 요인은 유통이라고 단언했다. 김씨는 주로 비파괴선과기가 있는 농협으로 출하를 한다. 하지만 가격을 더 높게 쳐주겠다는 상인들의 제안을 받으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추석 전 상인이 찾아와 kg에 3,500원을 쳐주겠다고 하는데, 농협은 2,500~2,700원에 계약하자고 합니다. 이러니 농가가 농협을 기피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도청이 소규모 작목반을 없애고 농협으로 유통을 집중시켜 놔서 농협 외에는 갈 곳도 없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가격 보장이 안 되는데 어느 누가 힘 들여서 고품질을 생산하려고 하겠습니까. 농민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선 가격 보장이 우선돼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김씨는 대규모 농가에만 집중돼 있는 감귤 정책을 비판하면서, 대표적인 사업으로 ‘성목이식사업’을 꼽았다. 성목이식사업은 말 그대로 다 자란 감귤 나무를 뽑아 다시 일렬로 줄을 맞춰 가지런히 심는 사업이다. 나무 사이 간격이 넓어지면서 일조량이 풍부해져 감귤 당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4~5년 동안 열매가 달리지 않아 소득을 올릴 수 없다는 점이다. 소농들은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사업이다.

김씨는 “일조량을 방해하는 나무만 베어주고 타이백을 깔면 성목이식사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성목이식사업은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몇 년간 감귤 수확도 못하지 않습니까. 이런 게 바로 전시행정이죠”라고 꼬집으며 “고품질을 생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농가라면 어느 누구에게나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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