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제주감귤, 시장 늘리거나 뼈 깎는 구조조정이 살 길”

[인터뷰] 유영봉 제주대학교 교수

  • 입력 2015.09.05 16:31
  • 수정 2015.11.22 20:5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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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과일 중 유일한 대통령 공약사업에 포함된 ‘감귤’. 감귤명품화 사업이란 이름으로 국가적 관심을 받는 것에 비해 제주도 감귤의 현실은 고착화된 위기상황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난 1일 제주대학교 친환경농업연구소에서 만난 유영봉 교수는 거시적인 진단을 하며 “한국농업의 침체기”라고 말한다. 오늘날 한국농업의 위기 원인을 모두 세계화, 농업개방만을 말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고도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타 산업에 비해 필연적으로 위축되는 농업의 특성을 간과한 탓이다. 선진국은 타산업과 농업의 균형에 정책을 맞춰 사회발전 구조 속의 농업침체를 대비했지만, 한국은 정책도, 생산기반도 변화에 적절한 대응을 못한 게 위기의 발단이다.
유 교수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소비시장을 뚫거나 수요 감소에 맞춘 명확한 방향제시, 즉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감귤농업도 마찬가지다. 

 

▲ 유영봉 제주대학교 교수

#제주 감귤의 위기는 한국농업의 위기 속에 포함돼 있다. 왜 한국농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나.

2000년대 초반, 한국농업이 일본형 장기침체로 간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농업계에서는 1, 2년 사이의 변화만으로 단정 짓기 힘들다는 반응이었으나, 불행하게도 예견이 빗나가지 않았다. 농촌진흥청에서 의뢰한 ‘한국의 농업성장경로와 농업생산구조 변화 전망’ 등을 지난해부터 연구하고 있는데, 경제가 성장하면 타 산업에 비해 농업은 이윤이 축소되고 상대적 빈약은 당연히 뒤따른다. 경제발전은 농업의 위축을 가져온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연결돼 있다. 어느 국가나 다 겪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은 농업대국의 대명사가 아닌가.

고도 성장기는 고도 소비기와 같다. 우리나라도 식량증산을 목표로 농업이 발전해 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성숙기에는 농산물 소비는 줄어든다. 이를 대비해 선진국의 경우 농업을 축소했다. 우리가 말하기 꺼려하는 ‘농업 구조조정’을 해왔다는 뜻이다. 그냥 두면 농업, 농민이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기반을 고품질체제로 바꾸고 감산하는 등의 국가적 목표를 세웠다. 또 하나 타산업과의 형평성을 맞췄다. 미국의 막대한 농업보조금이 대표적이다. 줄어드는 자국내 시장을 대비해 해외시장도 적극 개척했다. 반면 우리는 장기적 계획과 안목에 기반한 구조조정 정책보다는 직불제, 하우스 지원 등 농민들 입막음에만 돈과 힘을 쏟았다. 모두 살게 하는 구조조정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 결과 개방농정 20년을 거치면서 농업은 점점 위기를 맞았고, 우리 사회 또한 어려운 농업문제에 ‘만성화’됐다.

 

#농업의 구조조정은 농민들에겐 민감한 부분이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농민을 퇴출시킨다는 건데 누가,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1990년대 농업시장을 개방했다는 것은 물건과 돈이 국제시장에서 자유로이 거래된다는 의미다. 외국농산물과 우리농산물이 우리 시장에서 경쟁한다. 그러면 우리 농민들이 공정한 싸움을 할 기반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지금 어떤가. 당연히 경쟁이 안 되는 조건이다. 이 차이를 맞추는 것이 국제적 흐름인데, 우리는 이 흐름을 못 맞추다 보니 한국농업의 생산 부가가치는 점차 하락하고 있다. 더 이상 이 체제는 힘들다. 개방하면 다 잘산다고 속이면서 끌고 갈 수 없다.

 

#감귤도 같은 맥락으로 위기에 처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감귤 소비 감소는 수입과일 뿐 아니라 국내 겨울딸기 등에 쫓기고 있다.

과거 고소득 작목이었던 감귤은 1990년대 중반까지 구조 조정하다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찍이 300만톤 생산량을 100만톤 이하로 축소했는데, 우리는 70만톤에서 50~60만톤으로 절반도 못 줄이는 상황이다. 늦었지만 구조조정으로 틀을 바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고품질 감귤정책 대상을 겸업, 부업 농가까지 불분명하게 포함시키면 안 된다.

구조조정이란 상당히 힘들고 아플 뿐 아니라 즉각 효과가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귤농가들을 대상으로 공론화 하고, 방향을 잡고,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제주도의 감귤혁신안은, 이런 감귤산업의 근본적 틀을 다루지 못한 맹점이 있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농가들에게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농민들에게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지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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