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정은 신뢰가 최우선이다

  • 입력 2015.09.05 11:3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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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는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면서 농민이 동의하는 쌀농업발전대책을 수립한다는 명분으로 ‘쌀산업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쌀시장 개방을 강력히 반대했던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적극 참여해 4개월여 동안 운용됐다. 본지의 2014년 12월 21일자 사설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구성의 불균형, 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속에서 전농이 쌀산업발전협의회를 완주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 할 만 했고, 아울러 인내와 포용력을 발휘하며 협의회를 이끌어간 농식품부의 노력도 평가 될 부분이다’고 평했다.

그런데 지난 7월 15일 발족한 식량정책포럼은 8월 25일 전농이 탈퇴를 선언하고 몇몇 위원들이 불참을 통보함으로써 파행을 겪고 있다. 식량정책포럼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난 7월 밥쌀용 쌀 수입을 발표한 뒤 농민들의 반발과 전문가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농식품부가 농민단체 등에 제안해 만든 기구다. 하지만 정부는 식량정책포럼에서의 논의도 없이 밥쌀용 쌀 수입을 먼저 강행했다.

기왕에 농민을 포함한 전문가와 정부가 참여하는 포럼을 구성했으면 쌀산업발전협의회때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취지를 살려 신뢰를 쌓고 이해당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는 그야말로 거버넌스의 사례로 발전시켰어야 했다.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와 이해다. 이제 식량정책포럼의 파행이 의미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신뢰를 팽개쳤다는 사실이다. 쌀관세화 개방이라는 커다란 파고를 넘었으니 이제 신뢰나 이해보다는 속도와 정략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된다. 농정당국은 이럴 때일수록 농민과의 신뢰를 저버리면 안 된다. 농민과 함께할 수 없는 농정이 있을 수 없고 농정당국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농정당국이 신뢰회복을 위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만 식량정책포럼의 정상적인 운용이 가능할 것이다.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여서는 더 큰 시련에 봉착할 것이 뻔하고 제대로 된 쌀정책이 수립될 리 없다.

어려운 때일수록 농정당국은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번 쌀정책포럼의 파행은 과연 정부가 거버넌스 농정을 펼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 농정당국의 신뢰회복을 위한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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