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토종씨앗] 100년의 시간을 품은 검붉은 팥

  • 입력 2015.09.05 11:31
  • 수정 2015.09.05 11:32
  • 기자명 권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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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붉은팥

▲ 권명순(전북 정읍시 태인면)
임실 운암면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농사를 지어 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지금 살고 있는 정읍에 정착한 지도 벌써 30여년이 훌쩍 넘었다. 정읍은 평야가 펼쳐져 있어 다양한 잡곡이 많지 않았다. 임실 고향에서 어머니의 시어머니, 오랜 역사를 품은 토종씨앗들을 받아 지금도 심고 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종자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는 순전히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 어머니가 살면서 땅이나 돈이 아니라 유산처럼 물려받았던 종자가 아직도 이어져 오고 있다. 종자의 중요성도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 될지라도 종자는 머리 배게 밑에 두고 자야 한다고. 사람들이 대를 이어 살아가야 하듯이 종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온 삶으로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 지금도 소중한 씨앗들이 집 한 켠, 밭 한 쪽에 심어져 있다. 어머니, 그리고 할머니의 삶의 담긴 이 씨앗들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흔히 붉은 팥 말고 쉬나리팥 종류의 하나인 검붉은 팥은 역사가 오래다. 100년이 훌쩍 넘었다. 다른 팥에 비해 맛있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이모작으로 보리를 베고 나서 6월 10일에서 15일 사이에 심으며 10월에 수확한다. 특별히 알이 많이 달리지는 않지만 맛이 있어 그런지 벌레가 잘 먹는다. 바짝 말리지 않으면 벌레가 먹어 건조를 잘 하는 것이 좋다. 다른 팥에 비해 잎이 큼직하고 탐스럽다.

검붉은 팥을 푹 삶아서 손으로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손칼국수를 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통팥을 삶아서 먹는 호박죽도 좋다. 통팥으로 고물을 안 하고 삶아서 떡을 해 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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