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한EU FTA 서둘러선 안된다

  • 입력 2008.02.24 14:45
  • 기자명 유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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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덕 도뜰양돈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
2008년 무자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양돈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 올해에 대한 각오가 남 다릅니다. 2007년 하반기를 넘어오면서 시작된 곡물가격 폭등에 따른 사료가격을 비롯한 원자재가격의 동반상승으로 대부분의 물가는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데 반해 돼지고기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또한 쉽사리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2008년 사업계획을 준비하면서 참으로 암담함을 느낀 것은 나뿐 만이 아닐 것입니다.  “올해에는 생존이 최우선이다…”라는 각오를 하면서 2008년 무자년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2004년 시작된 PMWS, PRRS, PRDC, PED등의 심각한 질병에도 국내 양돈업은 2007년까지 지속적으로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였습니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양돈업 현실입니다.

최신의 시설, 최고의 항생제, 백신, 영양제 등 수많은 노력과 금전적 투자를 하였지만 대부분의 양돈장의 생산성은 별로 나아지는 경향이 없어 높은 돼지고기 가격에도 불구하고 농장의 실질소득은 점점 줄어들어 최근에는 대부분의 농장이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반면 국내의 높은 돼지고기 가격에 편승하여 돼지고기 수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2007년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여 현재 국내 돼지고기 가격하락이라는 큰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양돈업에 있어서 2008년은 힘겨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 대부분의 언론 과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대한민국 양돈인 더 나아가 농 축산 어민 전부에게 의욕을 꺾는 것은 바로 한미,한EU FTA라 생각합니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을 우리는 어려서부터 귀가 따갑게 듣고 자랐습니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를 지나 지금의 정보화사회에 들어서도 이 말은 틀리지 않는 다고 확신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대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의식주’입니다. 최근의 곡물가격 폭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향후 세계는 식량자원의 무기화가 명백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으로 이것은 더욱 심화 될 것입니다.

만약 한미,한EU FTA가 타결되어 미국산 농축산물이 거침 없이 국내로 유입된다면 낮은 가격에 의해 국내 농축산물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농축산물과 국내농축산물과의 가격차이는 단순히 그들의 생산성이 우리보다 앞선 것 이라기 보다는 미국농축산물은 기업적인 대량생산에 맞추어져 기계적,화학적인 공정을 거쳐 생산되어 노동력 집약형태의 국내 농축산업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국민의 건강, 나라의 근본, 나라의 안보를 통체로 내어주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경제논리를 앞세워 한미,한EU FTA 서두르는 정부에게 축산인의 한사람으로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한미,한EU FTA 체결로 상대적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업에 대한 확실한 피해보상 대책을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단순한 생색내기식, 땜질식의 대책이 아닌 농촌경제의 파탄을 막고 농축산업이 국가식량안보의 핵심임을 인식하고 식량주권사수를 위한 대책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농촌지원책은 농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농촌을 떠나가게 만들었습니다. 농축산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의 산업으로 육성할 가치가 있음을 국가도 인식하여야 합니다. 사람들이 떠나는 농촌이 아닌 돌아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제시하여야 합니다.

둘째, 축산분뇨의 자원화 사업을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시설화 해야 합니다. 축산분료는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니고 귀중한 자원입니다. 친환경 농법의 기본은 바로 가축분료와 같은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유기질비료에 있습니다. 그 동안 성장논리에 편승한 화학비료의 무분별한 사용과 가축분료를 마치 산업폐기물로 취급하여 사용을 억제한 결과 우리강산은 멍들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축산분뇨의 자원화에 앞장서서 농축산업의 발전을 이루어 오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국가가 나서서 축산분뇨 자원화를 이끌어 나간다면 축산경쟁력향상 및 유기농 농법의 보편화로 질 좋고 값싼 농축산물을 국민에게 제공하여 충분히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셋째, 전체 서비스 및 유통업에 농축산물의 원산지표시 의무화입니다.  농축산물의 원산지 둔갑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문제의 피해자는 생산자인 전체 농민과 이를 소비하는 국민들입니다.

값싼 외국산 농산물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일은 농축산인들과 국민들에게 경제적, 건강문제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 사십입니다. 정성으로 키운 농축산물을 정당한 가격을 받고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국산과 외국산을 구분하여 소비할 수 있을 때 만이 미국산소고기 등의 광우병문제나 다른 외국질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또한 농축산업을 보호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확신합니다.

이상의 3가지 제시안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농축산인들과 소비자들이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정부는 시장 논리에 밀려 외면했던 일들을 수용하고 발전시켜 외국농축산물에 밀려 어려워지고 있는 농축산업을 육성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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