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감귤, 치솟는 생산비에 깊어지는 한숨

시설투자 하고 나니 기름값이 ‘껑충’

  • 입력 2015.09.05 10:54
  • 수정 2015.11.08 00:0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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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하우스감귤은 노지감귤에 비해 생산성이 3배 가까이 높다. 제주도의 억척스런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받은 꽃들이 모두 손실 없이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온시설을 갖추면 출하시기까지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력이 있는 노지감귤 농가가 하우스감귤로 옮겨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서귀포 남원읍농민회 김진관(44) 회장은 2004년부터 감귤농사를 시작했다. 노지감귤의 일부는 부친으로부터 물려받기 전 이미 하우스로 전환했고, 나머지 일부는 2006년 노지만감류로 전환한 후 최근에 마찬가지로 하우스를 씌웠다. 끊임없이 활로를 찾아 움직여야 하는 제주 감귤농가의 운명이 김 회장의 과수원에 집약돼 있다.

▲ 하우스감귤의 가장 힘든 점으로는 기름값 등 막대한 경영비가 꼽힌다. 남원읍농민회 김진관 회장은 “경영비만 안 들면 그럭저럭 할 만 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안혜연 기자

노지에서 가온하우스로 전환하려면 1,000평당 3억5,000만원의 고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수확량이 많아 노지보다 일손도 많이 가는데 농촌 고령화 추세는 제주도 다를 바 없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투자와 고생의 대가라도 달콤해야 하지만 출하 시기가 수입과일과 겹쳐 수입물량에 따라 가격이 널을 뛴다.

2000년대 초반 한-칠레 FTA를 전후로 오렌지 수입이 증가하자 kg당 4,000원 이상 나와야 할 가격이 1,000원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체리 열풍으로 수입량이 급증, 지난해 4,400원에서 3,700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1,000평당 수확량이 2만~2만5,000kg이거든요. 3,700원으로 2만kg이면 조수입이 7,000만원 남짓이에요. 운영비 빼고 나면 어느 세월에 시설투자비를 다 갚겠어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급격하게 늘어난 경영비다. 2000년대 초반 리터당 400원대였던 기름값이 순식간에 1,000원대로 오르며 가온하우스 농가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1,000평 하우스에 12월부터 5개월간 가온을 하면 5,000만원 이상이 드는 현실이다.

김 회장과 같은 젊은 농가들은 하우스 내 부직포 커튼을 설치하고 전기 가온 장치를 도입하는 등 기름값을 절감하며 방법을 찾고 있지만 고령 농민들은 선뜻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남원읍 일대의 토양에선 밭작물의 생산성이 떨어져 마땅한 대안 없이 만감류를 전전하거나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도 많다.

대체작목이 없다는 것은 제주 감귤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새로운 작목이 등장하지 않는 한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젊은 농민인 김 회장이 보는 감귤의 미래도 지극히 비관적이다. “한-칠레 FTA 이후 몇 년 엄청 고생했죠. 그 때 견뎌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금 감귤농가지만, 앞으로 닥쳐올 한-미, 한-중 FTA 앞에선 답이 없다고 봐요. 앞으로 5~6년이면 뭔가로 또 전환하든 정리를 하든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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