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주감귤, 탈출구는 없나

  • 입력 2015.09.04 13:24
  • 수정 2015.11.22 20:5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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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감귤이 육지에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겨울철 과일은 왕겨 속에 저장된 사과였다. 이 왕겨 속의 사과를 밀어내고 겨울과일의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것이 제주 감귤이다. 1970~1980년대에 대학나무라 불릴 만큼 고소득 작물이었던 감귤. 오로지 제주에서만 생산되는 겨울과일이라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제주감귤이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1990년대 농업개방은 우리 농업을 전반적 위기로 내몰았고 감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농업정책은 농업개방에 대응한 근본적이고 구조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미봉의 대책으로 일관해 문제해결은커녕 만성화시켜 버렸다.

농업의 장기적 전망 속에서 개방에 대응하지 못하고 오로지 경쟁력 강화라는 구호 속에서 규모화·기계화·시설화에 전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는 오늘 우리농업의 위기 그리고 제주감귤의 위기를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지 감귤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FTA지원 사업으로 대대적으로 감귤 밭에 비닐을 씌워 비가림 재배로 전환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이제 이중 하우스로 감귤밭을 덮어 한여름에 감귤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시설은 노지 중심의 감귤 출하기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나 수요의 한계가 뚜렷해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지 못했다.

한라봉, 천혜향 등 만감류를 생산해 한때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이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이는 다른 농산물과 마찬가지로 공급과잉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는 줄어들고 있는데 생산량은 줄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이 보장될 수 없다.

최근 감귤의 위기는 국내 딸기로 인한 타격이 더 직접적이다. 봄철 과일인 딸기가 점점 생산시기가 앞당겨져 지금은 한겨울에 감귤과 생산시기가 겹치고 있다. 유일한 겨울과일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진 것이다.

아울러 수입과일 증가의 직·간접적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외 농업환경이 변화하면서 황금기를 누리던 감귤 산업은 어느덧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 면적을 줄이고 품질을 높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럴 여유가 없다. 제주에서 감귤을 폐원하면 밭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그러나 제주에서 재배되는 밭작물 역시 하나도 빠짐없이 가격폭락 사태를 맞고 있다. 제주라는 섬 안에서 농민들이 갈 곳이 마땅히 없는 것이다.

제주농업은 지금까지 기후적 특성으로 우리 농업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제주 감귤이 그렇고 제주지역에서 생산되는 월동채소들이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전면적 농산물 개방으로 인해 수입채소가 우리 농산물 시장을 장악해 가고 제주에서 생산되는 월동채소들 역시 공급과잉·가격폭락 사태에서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명확한 대책 없이 농산물 시장을 개방해 놓고, 즉흥적 대처만 하던 허송세월이 쌓여 농업과 농민이 더 이상 버틸 재주가 없어졌다. 그래서 오늘 제주 감귤문제 해결이 간단치 않다. 이는 또한 우리농업 전체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농정신문은 9월 특집호에서 제주 감귤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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