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괴물’이 돼버린 유리온실, 결국 헐값에 매각

  • 입력 2015.08.30 11:34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동부팜화옹 유리온실이 2년 반 만에 매각이 완료됐다. 결국 생단자단체가 아닌 기업체에 인수됐지만 이미 농민단체도, 농협도 떠맡을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이 돼버린 화성 유리온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유리온실에 약 38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맞닥뜨리게 된다. 대기업의 농업 진출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제대로 운영조차 해보지 못한 채 유리온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농민들에게는 ‘생존’이 달린 일이었다. 동부그룹에서 생산하는 모든 상품들의 불매도 불사했다. 농자재뿐 아니라 동부그룹의 보험 상품까지 해지했다. 대기업이 1차 생산 분야인 농업까지 손을 댄다면, 그 끝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농자재분야에서 상당한 영업이익을 올리던 동부그룹은 꼬리를 내렸다.

이후 대기업이 농업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화성시 농민단체가 만든 화성그린팜 영농조합법인이 유리온실을 운영하고자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380억원짜리 유리온실이었다. 농민들이 뭉쳐도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없었다. 인수는 무산됐다.

그리고 농협이 나섰지만 지역농협들이 반발했다. 농협이 직접 농산물을 생산해 판매하는 것은 농협 경제지주회사를 설립한 취지와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동부그룹도 이들의 인수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우일팜과 협상 중인 200억원 안팎의 매각금액이 지금까지 협상대상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이라는 사실을 미루어 보면, 화성그린팜과 농협은 2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협상을 했을 테니 말이다.

동부의 농업생산 진출은 애초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유리온실 헐값 매각은, 자본으로 무장한 대기업이 농민들의 생존권을 무시한 결과일 뿐이다. 자본이 이길 수 없는 ‘무언가’가 생명을 다루는 농민들에게 있음을 반증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