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작은학교, 농촌다운 특성 살려야 지속가능하다”

인터뷰 l 윤요왕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 입력 2015.08.30 10:07
  • 수정 2015.08.30 10:2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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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교육부는 지난달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학교 숫자가 많은 지방에 보통교부금을 더 많이 산정하던 종전 방식을 학생 숫자가 많은 지역에 더 많이 주는 방식으로 바꿨으며 소규모 학교 통폐합보조금을 크게 늘렸다. 교육부는 내년 1월부터 이 개정안을 적용할 계획이다.

2005년 마을공부방부터 시작해 현장에서 농촌교육을 지켜온 윤요왕 사회적협동조합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는 “개정안이 적용되면 횡성군·화천군·양구군·영월군에선 작은학교 60%가 없어져 농촌지역의 공동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대표는 “교육부의 정책방향은 농식품부나 대통령 직속 기구인 지역발전위원회와도 다르다”며 “정부정책이 일관성이 없다. 지역을 살리겠단건지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건지 정부가 답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농촌교육에 눈을 돌리게 됐나?

▲ 윤요왕 춘천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대학생때부터 인권운동을 하다가 2003년 사북면 고탄리로 귀농했다. 친환경농사를 짓고 살다가 마을이장을 하게 됐는데 아이들이 눈에 밟히더라. 하우스에서 토마토농사를 짓는데 학교가 끝나도 아이들을 보낼 곳이 없어 40도가 넘는 하우스로 데려왔다. 어떻게하지 하다가 마을의 학부모들이 모여 공부방을 열게 됐다.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에 등록하고 알아보니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인 송화초등학교가 어려운 상황이란 걸 알게 됐다. 2005년 학생수가 17명인데 한해에 3~4명씩 졸업하고 1~2명이 입학했다. 곧 학교가 없어지겠구나 싶었다. 학교가 없어지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을거고 고탄리가 공동체성을 가진 마을로서 유지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살릴 방법을 찾다가 일본 산촌유학센터를 알게 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4명의 도시학생을 유학생으로 받으며 유학센터활동도 시작했다. 그래서 현재 별빛산골교육센터는 기존의 지역아동센터와 함께 유학센터도 운영하는 중이다.

교육센터를 통해 학교를 살릴 수 있었는가?

현재 센터 학생 수가 52명인데 모두 송화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도시 유학생도 매년 늘어 이젠 20명 넘게 받고 있다. 유학은 1년 과정이고 보통 2~3년차가 많은데 5년차 유학생도 있다. 아예 아이를 따라 이사 온 가구도 4가구나 된다.

그동안 송화초등학교는 3개 학급에서 6개 학급으로 학급수가 늘었다. 교장선생님도 오셨고 행정실 직원도 늘었다. 방과후 교사까지 합해 교직원 수가 21명이다.

유학센터의 장점은 무엇인가?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을 못 보는 게 교육센터의 규칙이다. 아토피, 비염, 천식도 많이 고쳐진다. 도시생활은 각종 소음과 빛에 노출돼 빨리 피곤함을 느끼는데 여기는 밤이면 고요하고 깜깜하다.

하교한 아이들은 센터에 와 저녁을 먹고 원하는 학생들은 요리수업, 목공수업이나 통기타 동아리, 마술 동아리 활동 등을 한다. 그리고 홈스테이 농가에서 잠을 잔다. 기숙형과 비교해 아이들이 더 편하게 쉴 수 있다.

기숙형 유학센터는 마을에서 떨어진 섬이 될 수 있다. 유학센터를 지역아동센터와 같이 운영하니 마을에 교육센터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마을여론이 만들어졌다. 일본도 산촌유학센터를 농가와 함께하며 마을과 접촉면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송화초교처럼 농촌 작은학교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시의 학부모들이나 선생님들은 학생과 대화를 얼마나 하는가. 아이들은 외롭다. 이 곳은 작은학교다 보니 아이들 모두 주목받고 관심을 받게 된다. 내 이름이 하루에 얼마나 많이 불리는가가 아이들의 자존감 형성에 영향을 준다. 또, 아이들은 자신들의 얘기를 듣길 원하는데 도시는 그럴 여력이 없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진다고 얘기한다. 무표정인 아이들에게 표정이 생긴다.

교육부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농촌학교는 황폐화된 교육환경을 다시 회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역할도 한다. 교육부의 개정안은 둘 다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교육문제고 농촌문제고 정부가 두 손 들고 흘러가는 대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교육부에서 농식품부, 광역시도교육청과 함께 시골의 작은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을 위해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골의 작은학교를 통해 지역사회와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영어수업이나 아이스하키부, 골프부는 도시학교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농촌다운 특성을 살리는 학교야말로 지속가능하다. 여긴 마을이 있다. 마을과 학교가 함께 노력하고 방법을 찾으면 학생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교육과 교육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교육부도 이런 정책을 함부로 못 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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