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농촌마을 뒤흔든 아이쿱생협 락페스티벌

소음·주차문제로 주민불편 야기 … 지자체 지원 타당성 의문도

  • 입력 2015.08.30 10:0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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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락페스티벌 행사가 조용한 농촌마을을 뒤흔들었다. 마을에서 보기 힘든 행사를 했다는 긍정평가도 있지만 밤늦게까지 이어진 음악소리와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주차로 해당지역 주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은 락페스티벌 행사가 적절했는지도 논란이다.

아이쿱생협이 주최한 2015 구례 자연드림락 페스티벌이 지난 22일 전남 구례군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열렸다. 전남도와 구례군의 후원을 받은 이번 행사는 구례군 최초의 음악 축제로 문화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례군의 공연문화 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행사 당일 본 공연엔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노브레인 등 저명한 락밴드들의 공연이 4,000여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하지만 본 공연이 열린 같은 시간,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용방면 죽정리 주민들은 공연 소음과 마을 진입로를 따라 수백미터를 늘어선 주차대열에 몸살을 앓았다. 한 주민이 도청과 군청 민원실에 하소연을 했지만 공연은 밤 10시 30분을 넘어서야 마쳤다.

죽정리 주민인 A씨는 “락페스티벌을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소음이나 교통불편이 있을거라곤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지금은 볕이 뜨거워 한낮엔 쉬고 아침 일찍 농사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밤중까지 노래소리, 함성소리, 악기소리가 들려 너무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이 자연드림파크와 가까워 락공연을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구례자연드림파크와 개천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광의면 구만리에 사는 한 주민도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공연소리가)들렸다”고 귀띔했다.

죽정리에 사는 B씨는 “좁은 마을 진입로에 많은 차들이 주차해 다니기 불편했다”면서 “갑자기 주차를 하게 됐으면 행사진행 관계자가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마을방송에선 그런 얘기는 없었고 농산물 판매 부스 얘기만 있었다”고 전했다. 역시 죽정리 주민인 C씨도 “마을 정자 앞까지 60여대 가량이 줄지어 주차하더라. 용방면을 통해 락페스티벌 개최는 전해들었지만 자연드림파크 관계자가 찾아와 양해를 구한 적은 없다. 락페스티벌 뒤에도 자연드림파크에서 찾아온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사가 있으면 사전에 협조를 구하는 게 좋겠다. 그리고 마을 출입이 원활하도록 진입로를 확보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아이쿱생협 행사에 도비와 군비가 지원된 게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구례군민들도 있었다. 구례군은 지역축제로 매년 음력 7월 7일을 즈음해 견우직녀 사랑의 축제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락페스티벌 행사와 함께 진행하며 지자체 지원이 투입됐다. 그러면서 지역축제 주최자였던 구례군은 후원에 이름을 올리고 대신 아이쿱생협이 행사를 맡게 됐다.

한 구례군의원은 “견우직녀 축제와 락페스티벌은 취지가 다른 행사라 취지에 맞게 행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군 집행부에 제출했다, 집행부와 의원들간 간담회도 열어 행사 장소 문제 등을 거론했지만 축제 예산을 통과한 뒤엔 군의회에서 제지할 권한이 없더라”고 아쉬워했다.

구례군에 따르면 이번 행사 총예산은 1억2,000만원으로 책정됐으며 아이쿱생협 자부담이 6,000만원, 도비와 군비가 각각 3,000만원이 지원됐다. 아이쿱생협은 관람객들에게 입장료 2만원(구례군민은 1만원)을 받았으며 그 외에 수제맥주, 유기농 팝콘 등 먹거리도 판매했다. 정성임 구례군 문화예술계장은 “락페스티벌과 견우와직녀 행사가 시기가 맞아떨어져 함께 진행하게 됐다”며 “장소로 공설운동장도 검토했지만 근처 아파트단지에서 더 많은 민원이 들어올 걸로 봤다”고 설명했다. 정 계장은 “아이쿱생협을 통해 행사를 했을 뿐 구례와 가까운 인근지역 젊은이들이 모이는 축제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며 “그 정도 출연진이 오는데 2만원에 볼 수 있는 공연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경진 자연드림파크 센터장은 “죽정리 이장님에게 전화를 해 행사를 설명하고 불편이 있을 수 있다고 양해를 구했다”며 “젊은이들이 모이는 축제를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 축제를 준비하다가 구례군에서 행사를 함께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진행한건데 논란이 빚어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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