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현실적인 FTA 피해보전직불금

  • 입력 2015.08.29 09:1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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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재배농가 FTA 피해보전직불금 신청(1동당 1만원). 금일 중 신청/읍 산업계’ 지난 8월 22일 멜론을 재배하는 한 농민이 받은 핸드폰 문자 메시지다. FTA 피해보전직불금 신청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이 농민은 신청을 포기했다. 멜론 하우스 한 동이 250평인데 한 동에 FTA 피해보전직불금 1만원, 이걸 받기 위해 농민들은 농지 소재지 이장 확인서, 이웃농민 2명의 보증, 출하증명 등의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하우스 서너 동 농사를 지을 경우 3만~4만원 받을 수 있다. 그렇잖아도 바쁜 농번기에 금액마저 이렇듯 소소하다보니 농민 대부분은 자발적 신청을 포기하고 있다. 전남 담양군의 경우 멜론 농가 20% 정도만 신청을 했다고 한다. 문제는 번거로운 서류가 아니라 직불금액 수준이다. 정부가 산정한 직불금이 너무 현실성이 없다는 거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은 공급 과잉 상태에 직면해 있다. 원인은 수입농산물 때문이다. 무지막지하게 들어오는 수입농산물은 국내농산물에 피해를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 한정된 시장을 수입농산물에 빼앗긴 상황에서 농민들이 돈이 될 만한 작물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기에 수입농산물은 전 방위적으로 우리농산물에 악영향을 줄 뿐이다. 수입체리가 국내 과일 시장을 직접 타격하고 간접적으로는 채소 농가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 현실 아닌가. 그러나 개방대책으로 만든 피해보전 직불금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FTA로 인해 멜론 하우스 250평에 1만원이 정부가 계산하는 피해보전 금액이다.

반면 산자부 장관은 FTA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을 따지기 어려워 무역이득공유제를 실시할 수 없다고 한다. 정부의 한 쪽에서는 FTA 피해를 산정해서 직불금을 지급하고 한쪽에서는 FTA로 인해 이익을 파악할 수 없다는 모순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FTA 체결에 앞서 정부는 FTA로 인해 엄청난 국가의 이익이 돌아오는 것으로 선전하지 않았나. 그 이익은 아주 구체적이었다. 반면 피해는 미미하여 충분히 감내할 수 있고, 또한 적절한 지원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맞닥뜨린 현재의 농업은 어떤가. 이익은 계산이 안돼 파악할 수 없고, 피해는 온갖 구실로 축소하기 급급하다. 결국 개방으로 기업의 이익은 최대한 보장되고 농민들이 그 피해를 뒤집어쓰고 있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세상이다. 개방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를 보상하는 현실적 피해보전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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