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부 유리온실의 교훈

  • 입력 2015.08.29 09:1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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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대기업 농업 진출 반대’라는 구호가 농민들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2012년 동부팜 화옹은 화옹간척지에 대규모 최첨단 유리온실을 짓고 토마토 생산을 시작했다. 이명박정부의 수출농업 정책에 힘입어 이 시설은 정부의 FTA 지원금이 80억원이나 투입됐다. 동부는 생산량의 90%를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 절대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일종의 약속인 셈이다. 정부 역시 농업에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국내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며 곧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농민은 없었다. 농민들은 생산량의 90% 수출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반발했다. 농산물 수출은 일정한 규격품만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량의 90%를 수출 규격에 맞게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농업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토마토 수출물량 자체가 미미한데 화옹 유리온실에서 생산하는 토마토를 모두 수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농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부화옹은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그러나 생산량의 30% 정도 밖에 수출하지 못했고 농민들의 동부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으로 동부는 마침내 유리온실 사업을 포기했다.

결국 정부의 정책실패 그리고 동부의 판단착오로 400억 가까이 투자된 시설은 무용지물이 될 상황이었다. 정부는 정책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유리온실 매각에 적극 나섰고 화성지역 농민단체들이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능력이 없는 지역 농민단체들의 인수계획은 처음부터 현실성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업유지가 절실한 정부는 농민들의 참여를 원했고, 농민단체는 정부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인수를 결정했으나 이 또한 허망할 뿐이었다. 이후 정부는 농협에게 화옹유리온실 인수라는 숙제를 떠넘기려 했으나 그마저도 무산됐다. 결국 한 중소 업체가 인수하는 것으로 이 거대한 수건돌리기는 일단락 됐다.

이 사업은 첨단, 과학, 기술, 자본 등 자본주의적 생산요소가 투입되면 농업도 선진화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비롯된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물론 최첨단 시설과 자본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농업의 문제는 단순히 생산 효율성을 얼마나 높이냐의 문제로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 농사짓고 있는 농민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정의 방향이 집중돼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효율성만 따지자면 대기업에게 농업을 내맡기는 방법이 가장 쉽다. 동부 유리온실의 뼈아픈 실패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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