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태풍,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위력적인…

  • 입력 2015.08.29 09:07
  • 수정 2015.08.29 09:08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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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올 여름 우리나라를 찾아온 태풍 중 가장 위력적인 태풍 ‘고니’가 곧 닥칠 것 이라는 일기예보로 며칠 전부터 예기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잘 자란 깨며 아직 불타고 있는 붉은 고추, 사료용 옥수수는 키가 하늘까지 닿을 듯한데 무엇보다 이제 고개를 내미는 1모작 벼들이 바람을 맞으면 쭉정이가 되는 탓에 적잖이 애간장이 녹았습니다. 더군다나 흉흉하게도 서부전선의 극한 대결은 예년과 사뭇 달라 한 며칠을 긴장의 도가니 속에서 어찌 보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들이 최전방에 있는 탓에 온통 뉴스에만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남북문제는 협상이 이뤄졌고 태풍은 적어도 이곳은 비켜갔습니다. 이렇게 또 한 번의 위기를 보냅니다.

태풍이 비켜가면서 비가 차락차락 내리는 날, 오랜만에 한의원 침상에 누워 허리치료를 받았습니다. 때마침 비요일이다보니 다른 환자분들도 많았고 연신 비켜간 태풍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에구 고소하다, 일본으로 잘 갔다 하셨습니다. 아마도 일제침략 역사와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가 없다보니 그런 것이겠지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태풍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없는 사람이 제일 피해를 많이 입고 여러 산업분야 중에서도 농업 피해가 제일 큽니다. 보태서 말하자면 가난한 소농, 그중에서도 여성농민이 가장 많은 고통을 받게 됩니다. 정작 전쟁범죄를 일으킨 집단은 일본의 권력층이고 이익도 그들이 보는데 말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선진국이다 보니 배고픔의 문제로 접근하기에는 뭣 합니다만,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의 피해로 인한 기아와 전염병 등은 약자에게 가장 가혹합니다. 태풍의 잔해를 치우고 복구를 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가난하고 힘들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답이 나옵니다. 식구들은 많고 때 꺼리가 떨어질 즈음에 흉년이 들면 우리네 어머니들의 영양이 가장 후순위로 챙겨졌습니다. 여포 창날 같은 시어른들과 떼창으로 배고픔을 연발하는 아이들, 힘든 일을 하는 남편의 끼니를 챙기다가 정작 어머니는 끝내 몇 숟갈도 못 뜨고 식사를 끝내고는 맹물로 배를 채웠다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면 가장 약자의 욕구가 맨 뒤에 채워진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아는 상식이니까요.

기후변화로 태풍은 더 강력해지고,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맹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만년설이 녹아 일정하게 흘러 농사를 짓는 나라는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녹아 홍수가 나서 집과 논밭을 잃는 것이 예사라고 합니다. 선진국의 공업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가난한 나라가 피해를 보는 셈입니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들은 태풍이 덜 걱정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가들은 태풍이나 자연재해 앞에 무방비 상태입니다. 가난한 나라의 농업과 또 대다수 소농들, 특히 여성농민들은 자연재해를 그대로 맞습니다. 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농민들은 자연재해로 인한 아픔을 같이 나누며 서로 위로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농민들의 생산 품목이 몇 가지로 집중되다 보니 내 아닌 다른 지역의 피해를 은근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 무슨 슬픈 현실입니까? 나라와 나라도 아닌 한 나라 안에서 농민들끼리의 대결과 경쟁이라니 참 몹쓸 세상이지요. 세상이 그렇다하여 나마저 그럴 수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 여름에 기후변화로 고통 받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농민들에 대해 연대의 감정을 가져봅니다. 이겨냅시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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