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여성농민들의 굳은 결의로 내일을 다짐하다

  • 입력 2015.08.28 13:36
  • 수정 2015.08.28 13:39
  • 기자명 박선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여성농민은 살고 싶다. 세상을 갈아엎자.”

여성농민들의 손에서 피가 철철 흐른다. 그 피로 피보다 더 붉은 결의의 마음으로 검게 탄 얼굴의 여성농민들이 한 자 한 자 글자를 써 내려간다.

8월 27일 서울역에서 열린 ‘농민 생존권쟁취!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전국여성농민결의대회’에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시군, 간부들이 혈서를 썼다. 오죽했으면 그러겠는가?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는가? 여성농민들도 손가락에 칼을 대는 것이 두렵다. 여성농민들도 손가락에서 피가 나면 아프다. 그러나 그 두려움보다 그 아픔보다 여성농민들의 미래가 더 두렵고 여성농민들의 삶이 더 아프기 때문에 함께 간절한 바람을 담아 피로써 다짐을 했던 것이다.

“여성농민은 농사짓고 살고 싶다고. 그 세상을 향해 갈아엎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여성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하다. 농사지어서 먹고 살게 해 달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개방농정이 가속화되고 농산물 값이 생산비를 밑도는 농업구조 속에서는 농사지어서 아이들을 키우며 먹고 살 수가 없다. 게다가 정부는 농민들이 어서 빨리 농사에서 손을 빼기를 바란다. 우리 여성농민들 손으로 생산하던 쌀을, 포도를, 고추를 수입해서 사 먹으면 되니 한시라도 빨리 농촌을 떠나라고 부추긴다.

정말 그러한가? 정말 이 땅의 자립적인 농업 없이 한 사회의 생존이 가능한가?

정말 그러한가? 정말 이 땅의 건강한 농민 없이 건강한 먹을거리가 있을 수 있는가?

절벽으로 밀리고 밀리던 여성농민들이 드디어 머리끈을 묶었다. 더 이상 농민의 생존권이 위협 당하는 것을 당하고만 있을 수 없기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150만 여성농민들의 선두에 서서 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이 투쟁은 국내산 쌀도 넘치는 판에 쌀값 폭락을 부채질하는 수입쌀을 막아내기 위함이다. 이 투쟁은 지금도 수입농산물 때문에 더 이상 지을 농사가 없는 판국에 또 다시 한-중 FTA, 한-베트남 FTA, 한-뉴질랜드 FTA 등 3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과 12개국과의 TPP 체결 등 대한민국의 농업을 기어이 몰살시키려는 정부정책을 막기 위해서다. 이 투쟁은 농어업경영체 등록 등에서 나타나는 여성농민의 권리와 지위 향상을 위한 “여성농민을 농업 생산의 주체로 인정하라”는 간절한 투쟁이다. 또한 이 투쟁은 농업이 중시되고 농민이 존중받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여성농민들의 역사적 투쟁이다.

여성농민들의 바람과 희망을 위해 전국의 시·군 여성농민회가 앞장서서 간담회를 조직해 회원들을 만나고 마을 여성농민들을 밭에서 논에서 만날 것이다. 플래카드를 달고 깃발을 달고 포스터를 붙일 것이다. 회의와 교육을 진행하면서 우리들의 진실한 삶에 대해 마음을 모을 것이다.

나아가 농업의 문제는 농민들만의 힘으로가 아니라 전 민중의 단결과 연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알기에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지역에서부터 노동자, 빈민, 민주시민들이 함께 준비할 것이다. 그래서 끝내는 모두가 승리하는 그 날을 준비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