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포 ]‘우리 쌀 지키자’ 장터로 나선 여성농민들

  • 입력 2015.08.28 13:32
  • 수정 2015.08.28 13:33
  • 기자명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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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농민들이 시장 상인들과 행인들에게 ‘수입쌀 사지 말고 우리쌀을 먹자’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박선민 기자]

“우리 쌀이 남아도는 데 수입쌀을 들여 온대요. 농사짓는 사람들이 만든 거니 읽어봐 주세요.”

장터 골목에 여성농민들의 목소리가 퍼진다. 사람들이 무슨 일인지 고개를 내밀고 살펴본다.

횡성군여성농민회의 여성농민들이 사방팔방으로 전단지를 돌린다. 북적이는 시장 통을 지나다니며 상인들에게,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손길이 분주하다.

횡성군여성농민회는 8월 27일 전국여성농민결의대회를 앞두고 밥쌀용 쌀 수입 사태와 여성농민 대회를 알리기 위해서 지난 21일 횡성 5일장이 열리는 날을 맞아 장터 선전전을 준비했다.

횡성은 소규모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 대부분 농민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장에 가지고 나와서 판다. 농민이 상인이고 상인이 농민인 셈이다. 장터는 농민들에게, 일반 소비자들에게 농업현실을 알릴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다.

아침 11시. 여농 회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4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이 다양하다. 회원 모두가 함께 하는 선전전은 여성농민의 단결과 화합에도 의미가 있다. 여성농민들은 모이자마자 밭일, 농산물 가격 이야기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여성농민들은 바쁜 일 틈바구니 속에서도 선전전 참여에 의지를 높였다. 제일 먼저 도착한 박은자(67) 부회장은 아침 일찍부터 깻순을 뜯고 장에 팔려고 먼저 나왔다고 했다. 정옥연(60)씨도 선전전에 빠질 수 없어 이른 새벽에 김장배추 2판을 미리 심어놓고 나왔다. 정씨는 “우리 쌀도 남아도는데 수입쌀이 들어온다니까, 당연히 말려야지 생각해서 나왔어” 하고 참여 배경을 말했다.

여성농민의 적극적인 선전 속에 전단지를 받아든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난 안 먹어. 수입쌀은 안 먹는 게 상책이여”하고 전단지를 건네는 여성농민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운다. 상인의 지지에 여성농민들도 그럼요 하며 크게 맞장구를 친다.

“정부가 잘못한 거지, 농민이 잘못된 게 아니잖아. TPP인가 뭔가 쓸데없는 짓거리해 정부가.”

먼저 말을 건네오며 여성농민들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는 행인도 있다.

한편으론 “난 쌀농사 안 지어서 관심 없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수입 쌀 먹을 일이 어데 있어?”하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현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수록 여성농민들은 사명감을 갖고 목소리를 더 높여 이야기한다.

이숙자(51) 회장은 선전전 도중에 시장에 채소를 팔러 나온 여성농민들에게 27일 서울 대회에 함께 가자고 권유한다. 연락할테니 27일 잊지 말라고 두 번 세 번 당부한다.

선전전은 1시간도 채 안 돼 끝이 났다. 다들 적극적으로 건네주다 보니 준비해온 전단지 400부가 금방 동이 났기 때문이다.

선전전에 참여한 신상옥(67)씨는 “우리 쌀 지키기에 많이들 공감하고, 다들 호의적이고 수고한다고 말을 건네주니 뿌듯해” 하면서도 더 알리지 못한 점에 아쉬움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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