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작은 것이라도 보란 듯이, 야물게

  • 입력 2015.08.28 13:15
  • 수정 2015.08.28 13:21
  • 기자명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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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성전면지회에서 마을좌담회를 진행했습니다. 32개 마을 중 31개 마을을 했으니 거의 다 한 셈입니다. 이장님들의 지원이 컸습니다. 방송을 해주시고 간식을 마련해주시고 젊은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며 일일이 전화를 해 참여를 독려해 주셨습니다. 지회에서 강사로 활동한 분들은 총 6명이었고 2명은 보급조였습니다. 몇 분은 좌담회 강사로 처음 참여했는데 훌륭히 임무를 수행해 냈습니다.

좌담회의 첫 번째 공정은 강사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도연맹과 군농민회에서 진행하는 강사단 교육에 참여했고 지회에서 좀 더 대중적으로 강사단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강사를 준비하는 데 무엇보다 두려움을 떨쳐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지식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입니다. 농민을 나와 분리하는 순간 내가 작아지고 농민이 무섭습니다. 가르치려 드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거죠. 농민에게 배우겠다는 자세, 농민의 지혜를 구하고 함께 대책을 세워가는 과정으로 마을좌담회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많이 안다고 여기에 온 게 아닙니다. 이야기 한번 해보러 왔습니다.” 강사의 첫마디에 농민들의 귀가 솔깃해 집니다.

그래서 마을교육이라고 이름 짓지 않고 마을좌담회라고 이름 지었지 싶습니다.

좌담회를 잘하기 위해선 이장님들과의 사업을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성전면 지회는 최근 몇 년간 활동이 정지되다시피 했던 터라 농민들의 걱정과 원성이 많았습니다. 이장단 회의에 들어가 협조말씀 드리고 좌담회 일정표를 제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60대 이상과 이하로 나누어 이장단 간담회 일정을 따로 잡아 진행했습니다. 간담회에서 많은 비판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새로 구성된 지회 집행부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습니다.

“단 한분이 나오시더라도 마을좌담회를 진행하겠습니다.” 이런 결기가 이장님들의 마음을 열게 했습니다.

몇 년 전에 진행한 비료소송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씀, 가을이면 나락가마니 하나씩 농민회에게 지원했는데 어떻게 썼는지 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말씀, 싸움은 소농이나 늙은이가 하고 지원은 대농과 젊은 사람들이 다 차지한다는 말씀, 농협에서 판매하는 농자재가 일반 상회보다 비싸다는 말씀, 군의원이나 도의원이나 꼴상다구(낯짝)도 안 보인다는 말씀, 사이다에 살충제를 탄 노인은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말씀, 노지고추 무농약 재배는 절대로 할 수 없다는 말씀, 9월 10일 읍에 나가 손 흔드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데 갈 차가 없다는 말씀 등이 오고 갔습니다.

작물은 농민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라고 농민들은 간부들의 눈빛을 보고 투쟁에 일어섭니다. 간부들이 대충 하는 척만 하는지 프랑카드 하나 제대로 보란 듯이 다는지, 유인물하나 야물게 만드는지 농민들은 다 예리하게 보고 있습니다. 영화 ‛역린’에 나온 중용 23장, 음미해 봄직 합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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