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들의 총궐기를 지지한다

  • 입력 2015.08.23 21:43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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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전북 고창에서 만난 여성농민은 삽으로 두둑을 만들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그녀가 건넨 말은 “농산물 값만 좋다면야…”였다. 경기 연천에서 만난 여성농민은 노지 오이 새순을 치며 오이대를 잡아주고 있었다. 그녀는 “농사가 너무 힘들어서 참 많이 울기도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전남 영광에서 만난 여성농민은 고구마 밭에서 풀매는 중이었다. 그녀는 무농약으로 힘들게 농사지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며 꼭 한 번 먹으러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경남 함양에서 만난 여성농민은 모내기가 끝난 논에서 다시 모를 심고 있었다. 올해 연세가 여든다섯, 논에 빈자리가 보이면 못쓴다고 노구의 몸을 이끌고 수를 놓듯 모를 심었다.

강원도 횡성에서 만난 여성농민은 베트남서 시집 온 젊은 이주여성이었다. 그녀는 본인이 일할 때 8살 난 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 게 가장 싫다고 했다. 충북 옥천에서 만난 여성농민은 다친 아들을 대신해 콩밭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아들 걱정에 일손이 안 잡혀도 그녀는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덤덤히 말했다. 그리고 또….

참 많은 여성농민을 만났다.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수많은 여성농민의 삶들 속엔 농사를 지으며 가족을 지키며 삼켰어야 했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감히 이해할 수도, 이해하지도 못할 삶의 궤적들이 쌓여 여성농민으로 버텨 온 그녀들의 인생을 떠받치고 있었다.

그러한 전국의 여성농민들이 오늘 27일 서울에 모인다. 제값 받기도 힘든 농산물 가격에 무분별한 개방농정에 따른 생존의 위기, 도시에 비해 현저히 뒤처지는 삶의 질 등 그동안 억누르고 참아왔던 응당 요구했어야 할 사안을 놓고 한 목소리로 외치려 하는 것이다.

‘농민생존권 쟁취!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8.27 전국여성농민 결의대회’에 나선 이들을 응원한다. 먹거리를 지키는 이 땅의 어머니이자 우리 농업을 이끈 절반의 주역, 여성농민들의 세상을 향한 총궐기를 사심을 더해 적극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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