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텃밭농사도 손 맞추어

  • 입력 2015.08.23 11:11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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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처서를 즈음한 날씨는 아침저녁 기온이 한층 더 꺾여서 곡식은 여물기 좋고, 한낮 더위를 피하노라면 일할 맛도 납니다. 한 쪽에서는 곡식 여무는 소리가 시끌시끌한데 또 한 켠에서는 가을농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합니다. 봄에 잘 마련해 둔 쪽파머리를 잘라 나란히 나란히 줄 세워 꼽고 한더위에 뿌린 당근씨앗의 인색한 싹틔움도 유심히 살피곤 합니다. 내년 봄에 심을 감자씨앗을 준비하러 가을감자도 조금 심습니다. 배추모종 심을 준비며 가을무우 심을 준비로 텃밭이 시끌벅적 합니다.

이맘때쯤이면 이 집 저 집 할 것 없이 시끄러운 소리가 한바탕 납니다. 주 농사가 아닌 텃밭농사에 대한 생각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지요. 전업화된 농사, 가령 시설고추 농사나 우리집처럼 마늘농사, 또 벼농사만 전문으로 하는 경우 등에서는 모든 농사과정에 온 식구가 각자의 힘에 맞는 역할로 집중을 합니다. 생계의 문제이자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제이니 에누리 없이 손발이 척척 맞아 들어갑니다.

그러다가도 자투리땅이나 텃밭에 무엇을 심고자 할 경우 어김없이 갈등이 생겨납니다. 한뼘의 땅일지라도 생명이 자라는 터이다 보니 무엇이라도 심어서 수확하고자 하는 쪽과 주농사에 방해되고 귀찮다고 심지 말자 하는 쪽의 갈등, 이것도 심고 저것도 심어 이 땅에서 자라는 건강한 먹거리로 식탁을 꾸미자고 주장하는 측과 몇 푼 되지도 않는 푸성귀 나부랭이들은 사먹고 말자는 측과의 갈등이 파종기 부부싸움의 단면입니다.

주농사를 할 때의 그 부지런함과 집중은 어데를 가고 남편에게 뙤기 밭을 갈아달라고 사정사정할 때의 비굴함으로 치면 딱 걷어차고 싶은 것이 텃밭농사입니다. 내일 갈아준다, 모레 갈아준다며 게으름을 피우다가 상황이 다급해지면 짜증도 덧붙입니다. 귀찮게스리 바쁜데 이것저것 해달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마뜩잖아 하며 밭장만을 하면서 마치 백화점에서 값비싼 명품가방을 선물해주는 듯이 의기양양해합니다.

텃밭농사에도 힘의 원리가 작동되어 기계를 다루고 힘을 가진 쪽이 큰소리칩니다. 사실 부지런히 텃밭을 돌보게 되면 마트 하나 차린듯 온가족 모두의 입과 몸이 혜택을 누리는 데도 말입니다.

뻔히 알면서도 당장의 일이 좀 귀찮다고 그렇게 소극성을 보이는 것입니다. 통상 집안의 잔 손을 잘 봐주지 않는 남성들이 가부장적인 것이야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남성일, 여성일을 꼭꼭 구분해가며 잔손이 많이 가는 일에는 남일 하듯 하기 십상입니다.

시대가 달라지고 요구가 달라져서는 농사일에 대한 기여에서 남녀 구분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주농사는 물론이고 가족 누구라도 관심이 있는 농사라면 짜증 없이, 귀찮아 말고 도와줘야겠지요. 농사는 그야말로 협동으로 피어나는 꽃이니까요. 머리 맞대고 농사짓는 집이 일방통행의 농사보다 여러 면모로 앞선다는 것쯤이야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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