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살림, 농가 생산비 보장해 주는 고마운 조직”

오인근 김제시농민회장

  • 입력 2015.08.23 11:02
  • 수정 2015.08.23 11:04
  • 기자명 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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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세상에는 이런 형태의 한우 사육도 있다. 딱히 친환경 인증도, 동물복지 인증도 받지 않으면서 지켜야 할 건 많다. 비절각, 비거세는 물론 두당 3평 이상의 사육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사료는 TMR 자가제조 사료와 함께 non-GMO 사료만을 먹인다. 그로써 얻는 것은 시세와 상관없는 일정수준의 생산비 보장.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한우 사육체계다. 괴산, 아산, 횡성 지역에 머물러 있던 한살림 한우가 완주, 김제, 부여 등지로 발을 넓히고 있다. 한살림 한우 첫 출하를 앞두고 있는 오인근 김제시농민회장을 만나 한살림 한우 사육방식의 가치와 장점을 알아봤다.

▲ 오인근 김제시농민회장
한살림 한우 사육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예전부터 농업의 가치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농업은 반드시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김제 금만농협 조합장 재직 당시 보리를 사료작물로 한살림에 납품하는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의 생산관리를 금만농협이 맡으면서 한살림과 인연이 닿았다. 이후 대표적 조사료 생산지라는 지리적 장점을 살려 한살림 한우를 유치하게 됐다. 2013년 사육을 시작해 현재 8농가와 함께하고 있다.

non-GMO 사료를 쓰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TMR 사료와 함께 곡물배합사료도 옥수수, 콩 등 GMO 작물을 뺀 사료를 먹이고 있다. 이것은 의미가 있다. 안전성 논란을 떠나 수만 년 동안 이어 온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GMO 생산은 몬산토와 같은 다국적기업의 배만 불릴 뿐 결코 지속가능한 농사를 위한 길이 아니다.

농가 입장에서 한살림 한우의 가장 큰 장점은 뭔가.
시중 가격에 상관없이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 년에 한 번 농가와의 회의를 통해 사료값, 송아지값 등 생산비를 산정하고 적절한 소득을 보장한다. 거세를 안하다 보니 등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가격을 덜 받지는 않는다. 지금같이 한우 가격이 좋을 땐 시세보다 덜 받는 셈이지만 생산비가 꾸준히 보장된다는 건 훌륭한 장점이다.

반면 사육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거세를 안하니 소들이 사납다. 더욱이 절각을 안하니 서로 치고받다가 다치기도 많이 다친다. 그러다 보니 과연 동물복지 측면에서 옳은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방식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동물을 자연 그대로 키워내는 것이다. 지금은 수송아지가 태어나면 거세부터 해서 본능을 제거해 버리지 않나. 옛 어른들이 요즘 같이 푹푹 찌는 날씨에 “소 불알 주우러 가자”고 우스개를 했는데 요즘 나고 자란 세대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를거다. 여기 와서 보면 무슨 말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웃음).

이제 갓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기대와 전망을 말한다면.
농민이라는 게 큰 돈은 안되더라도 열심히 일해서 적절한 소득만 보장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살림은 소비자가 모인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들의 삶과 고충을 이해하고 생산비를 보장해 주려는 고마운 조직이다. 다음달이면 송아지 때부터 순수하게 한살림 방식으로 키운 소 18두를 첫 출하한다. 앞으로도 생산비를 보장받으며 근심 없이 소를 키워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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