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치킨은 삼겹살의 미래다

  • 입력 2015.08.21 13:30
  • 수정 2015.08.21 13:36
  • 기자명 정은정 <대한민국치킨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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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정 <대한민국치킨전> 저자

“혹시 어느 치킨을 드십니까?”

강의 끝에 종종 어떤 브랜드 치킨을 먹는지 질문을 받는다. 그럼 정말 특정 브랜드를 대답한다. 그럼 그 치킨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 혹은 튀김 기름이 깨끗한지를 물으시는데, 그냥 허무하게 대답한다. “그냥 큰 닭을 쓰길래요.” 1kg닭(10호닭)을 쓰는 치킨도 점점 사라지고 닭이 너무 작아지니 먹을 뿐이라고 대답하는데 충분한 답은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왜 치킨을 이야기 하시죠?” 이 기본 질문을 다시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외람되지만 짧게 답했다.

“기업이 만드는 삼겹살까지는 먹고 싶지 않아서요.”

양계농민들의 가슴은 아프겠지만 사실 몇 년 동안 치킨 시장의 추이를 보면서 더 이상 치킨에 희망이 없다는 걸 알았다. 닭을 생산하는 농민들과 치킨집 사장님들이 힘이 없어도 너무 없다. 기업계열화가 거의 완료가 된 육계는 ‘하림’ 같은 축산 재벌(최근에 하림은 재벌 입성에 성공했다)이 시장을 잡고 있으니 가격에 생산자는 끼어들 틈이 없다. 여기에 더해 몇몇 힘센 치킨프랜차이즈 회사들은 치킨집 사장님을 쥐고 흔든다. 이 현상은 꽤 오랜 현상이었고 세계적 현상이다. 축산의 기업계열화는 일단 닭부터 시작하고 그 다음은 돼지, 최후에는 소로 향한다. 가급적 축산기업들은 닭, 오리, 돼지, 소를 한꺼번에 장악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사료시장도 촘촘하게 연결 짓는다. 사료를 가졌다는 것은 곡물 시장의 정점에 서 있다는 것이고, 이는 기업들이 이제 우리의 밥줄을 틀어쥐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돼지가 먹는 것이 사료이면 그 돼지를 먹는 것이 우리이니 말이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사료다.

여름 한 철 휴가지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것이 국민행사로 자리 잡고, 가족들이 모이면 치킨을 뜯거나 삼겹살을 굽는다. 이 한철을 바라보고 돼지를 키우고 삼복 특수를 기대하고 닭을 기른다. 올해 여름, 닭은 참패했다. 이제 동네 정육점에 들러 식구 수대로 ‘한 칼’ 끊는 시대도 저물어 간다. 대형마트에 미리 포장되어 나오는 브랜드 돼지고기를 또 브랜드 고깃집에 가서 먹는 날도 이미 오고 있다. 닭전에서 닭을 잡던 시절이 저물면서 마트 매대에서 닭을 사 먹는 시절이 와버렸을 때 이미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이미 양돈 농가들은 ‘위탁 돼지’를 여섯 달 키워 한 마리에 3만원에서 3만5,000원 정도를 사육수수료로 받고 남의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자돈과 모돈 모두를 관리하기엔 이제 힘도 부치고, 양돈장도 계속 낡아가니 판로가 아예 정해져 있는 위탁 양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하는 모양이다. 올해처럼 돼지금이 괜찮을 때는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놈의 돼지금, 닭금은 들쭉날쭉 하는 날이 더 많으니 어쩔 수 없고 말이다.

양돈 산업의 기업화 경향을 보기 위해서 위탁 양돈이 어느 정도인지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위탁 비율이 20%는 훌쩍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는 통계일 뿐이고 실제로는 위탁돼지 사육이 가파르게 늘어가고 있어서 그 보다는 훨씬 더 많은 비율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남의 소’를 키워주는 양축 농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내 새끼’들을 보듬는 축산 농가를 보는 것도 우리 세대가 마지막일지 모르겠다.

어느 식육점에 가면 파절이가 맛있고, 그 집은 목살이 괜찮고 또 어떤 집은 딸려 나오는 된장찌개가 맛있더라는 입소문도 소용없어지는 날들이 오고 있다. 어느 치킨이나 그 맛이 그 맛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치킨은 삼겹살의 미래이고 삼겹살을 지키려면 치킨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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