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산량 급감해도 하락하는 고추값

  • 입력 2015.08.16 10:4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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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추재배면적은 3만4,547ha로 추정되고 생산량은 7만7,800~8만3,000톤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재배면적이 크게 줄어든 것이며 생산량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고추 시세는 예년에 비해 낮게 형성되고 있다.

지난 11일 경북 안동의 서안동농협 고추공판장에서 진행된 건고추 경매에서 건고추 시세는 근당 5,000원~6,000원. 이는 작년 보다 낮은 가격이다.

재배면적이 급격히 감소하고 생산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데도 건고추값이 오를 기미가 안보인다. 이는 순전히 수입 건고추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건고추 수입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3년 9만6,407톤에서 2014년10만4,181톤으로, 1년 사이 10%가까이 수입량이 늘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건고추 수입량은 5만6,236톤으로 지난해 수입량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입 건고추 문제의 핵심은 혼합조미료와 소스류, 일명 다대기다. 실제 건고추나 고춧가루 형태로 수입되는 것은 얼마 안 되는데, 수입 건고추의 90% 가까이가 낮은 관세를 내는 다대기, 김치 등 가공 식품이나 냉동 고추 형태로 들어오고 있다. 특히 냉동 고추는 국내에 들여와 해동·건조 과정을 거쳐 건고추로 비싼 값에 판매된다.

이는 농산물 협상이 실패했다는 단적인 증거다. 국내 건고추 농가를 보호한다고 건고추에는 고율관세(현재 270%)를 부과하고 가공식품류에는 저율관세(27%~45%)를 부과키로 했지만 수입업자들이 이를 악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냉동고추의 경우 중국내에서 건조한 고추에 물을 뿌려 얼린 후 냉동고추로 수입하지만, 국내에서는 가공과정을 거쳐 시 건고추로 거래되는 지경이다. 이러니 고추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당해낼 도리가 없다.

재배면적을 줄이고 생산량이 줄어도 수입물량 때문에 여전히 국내 농산물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다. 농업개방 20년을 맞은 우리농업의 답답한 현실이다. 비단 고추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농업개방의 후과가 농민들을 옥죄고 있다.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는 도무지 방법이 없다.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생산비 보장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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