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농업관리 개선, 평균주의를 극복하라

  • 입력 2015.08.16 10:37
  • 수정 2016.07.25 21:16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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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흔히 외부에서는 북한이 중국처럼 농업개혁을 하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을 많이 한다. 즉, 중국이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농가 단위의 생산청부제도 혹은 책임생산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북한도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두 가지의 핵심적인 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된다.

하나는 대외관계의 조건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대외관계가 안정되자 1978년부터 농업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반면에 미국 주도의 대북 경제제재 및 봉쇄를 당하고 있는 북의 상황에서는 중국과 같은 농업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조건 자체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근시안적인 사고와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접근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농업 생산성 증대의 조건이다. 중국이 농가 단위의 생산청부제로 전환한 이후 약 10여년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영농물자의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진 후에 비로소 실질적인 농업생산성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 생산청부제로의 전환 이후 노동의욕 상승으로 일시적으로 생산성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그 이후 영농물자의 공급 부족으로 생산성이 정체되는 시기를 거쳐 비료, 농약, 농기계 등 영농물자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생산성 증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휘된 것이다. 북의 경우 지난 10여 년 동안 이른바 외부에서 말하는 농업개혁 없이도 농업생산성이 꾸준히 높아져 왔다. 비록 완만하기는 하지만 경제 전반이 회복되면서 영농물자의 공급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향후 5〜10년 이내에 북은 식량자급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것은 외부에서 말하는 농업개혁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농업개혁 같은 변화조치가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도 북은 중국과 같은 급진적인 농업개혁은 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변화를 추구해 왔다. 이른바 북에서 ‘농업관리방식의 개선조치’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농민들의 물질적 욕구를 자극함으로써 노동의욕을 높이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자 하는 변화조치가 지금도 꾸준히 시행되고 있고, 이것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한 모색도 이루어지고 있다.

즉 생산 및 분배의 책임 단위를 소규모로 축소하면서 농민들의 물질적 욕구(인센티브)를 자극하는 조치는 국가적 시책으로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특히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시행 이후 그러한 노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협동농장 체제가 전국적으로 완성된 1960년대부터 ‘평균주의’를 극복하고 농민 개인의 노동의욕을 높이기 위해 ‘작업반 우대제’를 오랫동안 시행해 왔다. 약 1,000〜3,000명의 농민으로 구성된 협동농장의 노동조직을 약 50〜200명 단위의 작업반으로 분류하여 작업반 단위로 생산을 책임지도록 하고, 생산성과의 분배 역시 작업반 단위로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분조관리제’를 도입하였다. 작업반 보다 더 작은, 약 10〜20명 단위의 분조 단위로 책임생산 및 성과분배를 시행한 것이다.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이러한 분조관리제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는 한편 분조의 규모를 5〜12명 정도로 더욱 축소하는 변화조치도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3〜5명 단위의 분조로 더욱 축소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가족 단위로 분조를 구성하여 가족 단위 농업을 하는 시범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가족농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정도까지 도달한 것이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북에서는 생산의 책임과 성과의 분배가 이루어지는 단위를 축소하는 농업관리방식의 개선조치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왔다. 특히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그 속도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북에서는 이 모두가 평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설명되고 있으며 ‘실리 사회주의’란 표현으로 통용되고 있다. 열심히 농사짓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 사이에 실제 소득에서도 차이가 나도록 만들어 개별 농민의 물질적 욕구를 높이고, 그것이 농업 생산성의 증대로 이어지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북은 추상적인 용어로서의 ‘농업개혁’이란 표현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센티브와 같이 개별 농민의 성취동기를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조치는 끊임없이 확대 시행하고 있다. ‘평균주의를 배격하자’ ‘놀고먹는 날건달을 없애자’ 등과 같은 구호는 북한 농촌 현장 곳곳에서 볼 수 있고, 협동농장의 농민들도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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