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질병 조사 기반 체계화 필요

중구난방 DB, 조사 신뢰도 확보 어려워

  • 입력 2015.08.16 10:25
  • 수정 2015.08.16 20:3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돼지질병 조사·연구를 위한 기반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거듭 나오고 있다. 양돈산업의 정확한 질병 파악과 대응을 위해서는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11일 제2축산회관 대회의실에서 ‘2014년도 전국 양돈장 질병실태 조사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양돈장 질병실태 조사는 돼지 소모성질병에 대한 농식품부 지도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대한한돈협회(회장 이병규)가 주관해 매년 300여 농가를 대상으로 질병 및 경영 실태를 조사한다.

조사를 담당한 박선일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돼지호흡기생식기증후군(PRRS)·이유후전신소모성증후군(PMWS)·돼지호흡기복합증후군(PRDC)·돼지유행성설사병(PED) 등 소모성질병 실태와 전산관리·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등 경영실태, 농장 차단방역 수준에 따른 위험성과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표본농가 추출이 무작위추출 또는 지역별 비례추출이 아닌 시·도 자체기준표에 의한 편의적 추출이라는 점에서 “개연성과 대표성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양돈 선진국은 소모성질환에 대한 정부나 민간 차원의 연구사업이 활발한데, 우리는 질병실태 조사사업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 정도 조사결과를 가지고 학술적 접근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소모성질환으로 인한 양돈농가 피해를 연간 1,500억원으로 추정하지만 그조차 맞는지 어떤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현실을 토로했다.

▲ 돼지질병 조사기반체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돈협회가 지난 11일 진행한 2014년도 전국 양돈장 질병실태 조사결과 발표회. 대한한돈협회 제공

질병실태 조사사업에 구제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준영 한국축산컨설팅협회장은 “구제역도 이제는 소모성질병으로 봐야 한다. 이미 상재화됐는데 아무도 이 질병을 인정하고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내년 질병실태 조사사업에는 구제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경기 농림축산검역본부 연구관은 “구제역 관리는 다른 사업을 통해 해야 한다고 본다. 질병실태 조사사업의 취지는 농가의 질병 문제를 도와주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으로 목적이 조금 다르다. 구제역은 검역본부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는데, 질병실태 조사 포함 여부는 농식품부와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구제역 조사기반도 취약한 건 매한가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최세균)은 최근 발표한 <구제역 발병 농가 실태와 정책 과제>에서 주요 정책 과제의 하나로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개선을 제시했다.

구제역 농가 성향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DB는 국가동물방역시스템 ‘KAHIS’를 비롯해 돼지고기이력시스템과 연계한 한돈협회의 ‘한돈팜스’ 등 대략 7가지가 있지만, KAHIS의 경우 정보 상시 업데이트에 문제가 있고, 한돈팜스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한돈협회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자료 공개를 제한하는 등 각각의 한계점을 안은 채 서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농경연은 축적된 정보를 구제역 조사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신뢰도 제고와 상호 연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돈은 유난히 가축질병의 종류와 빈도가 많은 산업이다. 그러나 그 대응을 위한 조사·연구의 기반 시스템조차 아직까지 중구난방한 모습이다. 기계적 조사에서 벗어난 근본적 체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