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음식점 원산지 표시 품목, 전면 확대해야 한다

  • 입력 2015.08.16 10:08
  • 수정 2015.08.16 10:15
  • 기자명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직장인들이 점심메뉴로 주로 먹는 음식은 김치찌개·백반·부대찌개·된장찌개·비빔밥·짬뽕 등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메밀국수와 콩국수를 먹는 사람들도 많다. 정부가 정한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에 따르면 식재료의 원산지가 몇 개나 표시되어 있을까? 메밀국수와 콩국수의 주재료인 메밀과 콩의 원산지 표시를 음식점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짬뽕이나 자장면 같은 중국음식의 대명사인 양파의 원산지 표시를 우리는 본 적이 없다.

정부의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을 보면, 농산물은 쌀·배추김치(배추와 고춧가루)·소·돼지·닭·오리고기·양(염소) 등 7〜8가지에 불과하다. 우리가 주로 먹는 음식의 원산지를 알려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수산물은 광어·우럭·참돔·미꾸라지·낙지·뱀장어·고등어·명태·갈치 그리고 살아있는 수산물이다. 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이 훨씬 많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재료는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대상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적 활동의 증가와 1인 가구의 증가 등 때문에 외식비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은 평균 1일 1회, 그리고 3명 중 1명은 저녁식사를 집 밖에서 해결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아침식사의 외식비율도 23%나 된다고 한다.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식재료의 원산지 표시제 확대가 중요한 이유이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논하기에 앞서, 건강과 활동에너지의 원천인 음식의 재료가 어디에서 생산됐는지는 알고 먹어야 하지 않을까?

밥과는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배추김치는 배추와 고춧가루만이 표시대상이다. 마늘·양파·젓갈의 원산지는 전혀 알 수 없다.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된장찌개의 된장원료인 콩과 두부원료 콩의 원산지 또한 전혀 알 길이 없다. 똑똑한 소비자는 비빔밥에 필수적인 고추장의 고춧가루와 참기름의 참깨, 해장국으로 유명한 콩나물국밥의 주재료인 콩나물 콩의 원산지를 미리 짐작한다. 음식점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수입농산물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찜찜하기 그지없다.

원산지 표시제의 목적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에 잘 나타나 있다. 농산물·수산물이나 그 가공품 등에 대해 적정하고 합리적인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하여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 법의 취지대로 소비자의 알권리가 완전하게 보장되고 있는가? 6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외식시장에서 소비자는 잘 보호되고 있는가? 더욱이 무차별적인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해 불안정한 가격과 소득감소의 피해를 보고 있는 생산자에 대한 보호 효과는 얼마나 되는가?

한편, 올해 6월4일부터는 원산지 거짓표시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뿐 아니라 과징금도 부과하고 있다. 정부는 2년간 2회 이상 거짓 표시를 한 경우에 형사처벌과 별개로 위반금액에 대해 5배 이하의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산지 거짓표시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 2년마다 1회씩 위반하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식품은 안전성과 건강을 핵심적 속성으로 하고 있다.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거짓표시 1회부터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고, 과징금액은 거짓표시 누적회수에 비례하여 가중치를 적용해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