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촌 고3 엄마는 새가슴

  • 입력 2015.08.09 11:15
  • 수정 2015.08.09 11:16
  • 기자명 구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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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며칠 전이 대입수능 100일 전이라고 주위의 고3 수험생이 있는 부모들도 덩달아 긴장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고3 수험생 부모라 해도 농촌지역은 수능 당일의 시험성적으로 대학을 가는 정시지원보다 다양한 방법의 수시전형 진학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도시지역과는 긴장 시기가 조금 다릅니다. 학교별 진학지도도 수시전형에 맞추어 지금쯤은 한창 지원학과 선정과 자기소개서 쓰기를 중심으로 합니다.

당연히 아이들의 꿈과 적성, 무엇보다 자신의 실력에 맞춰 전공학과와 지원 대학을 고르겠지만 농민학부모 입장에서는 학비는 물론이거니와 유학비용 걱정이 제일 우선입니다. 대도시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들도 웬만하면 지방대학 한둘을 끼고 있으니 최후의 보루는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농촌지역에는 변변한 대학 하나 없어 십중팔구 타지로 유학을 가야 하는 이중의 부담이 있습니다. 게다가 금리가 낮다보니 거의 고가의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의 요구 탓에 방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성장기에 지방소도시에서 살았으니 변변찮은 살림과 실력에도 어렵지 않게 대학을 다닐 수 있었던 나의 주위와 달리 우리 마을을 보자면 대학생 한 명 키워내기가 여간 힘겨운 게 아니었다고 어른들이 혀를 끌끌 차십니다.

오빠가 대학 다닌다고 집안 형편상 대학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생활전선으로 뛰어든 여동생의 이야기가 바로 시댁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때도 그랬는데 도농의 소득격차가 훨씬 벌어져 도시의 60% 이하인 오늘날의 문제는 더 심각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때쯤 되면 농촌에서 비교적 손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여성농민들이 식당이나 읍 단위 마트 매대 점원 등으로 이른바 ‘투 잡’을 뛰러 나갑니다. 고정적으로 나가는 교육비용이 훌쩍 늘어나는 통에 두 배로 뛰지 않고서는 배겨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능 100여일 앞두고 대학 선택의 1순위가 당연히 아이들의 꿈과 적성이어야 함에도 현실은 부모의 뒷받침 능력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니 그 부모 된 입장이 이래저래 복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러니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는 첨부터 없었던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쯤 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아이들 연령 위의 아이들을 키울 때, 어린이집이 없어서 하우스 안에서 애를 대야에 앉혀놓고 일했다는 얘기, 밤산에 갑바를 펼쳐놓고 애를 뒀는데 기어 다니다가 온몸이 밤송이에 찔려서 그 길로 애를 들춰 업고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언니들의 얘기가 오고가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코흘리개 애들 구경조차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농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속도는 그 전보다 훨씬 빨라졌고, 남아 있는 아이들 공부시키기가 배로 힘든 시절에 아이들 공부시키는 엄마들의 걱정을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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