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찾는 게 제일 재밌었어요!”
아이들이 삽을 들고 땅을 파는 데 집중한다. 지렁이를 찾기 위해서다. 지렁이를 ‘직접’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시간이 흐르는 줄 모르고 땅을 판다. 도심 속에서 아이들이 지렁이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아이들이 맘껏 땅을 파고 지렁이를 볼 수 있는 이 곳은 마포구 상암산 아래에 위치한 상암두레텃밭. 2012년 마포공동체텃밭 1호로 개장한 이곳은 올해 7월부터 시민들을 상대로 생태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매주 화, 목요일마다 희망자를 대상으로 2시간 동안 이어진다.
두레텃밭을 관리하는 텃밭지기가 생태투어 가이드를 맡는다. 이날 투어를 맡은 이인순 텃밭지기는 “소비자들은 다 자란 결과물만 보고 농산물을 사니까 정작 (어떻게 크는지) 중간과정을 모른다. 우리는 생태투어를 통해서 마트에서 사는 토마토가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수확되는지 그 중간과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투어의 목적을 밝혔다.
텃밭엔 다양한 작물이 무성하게 자라 있다. 지금은 씨가 많이 맺히는 시기라 이씨는 오늘 투어에서 아이들에게 씨앗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이씨는 텃밭을 둘러보면서 “이만큼 크기 전 모습이 어땠는지 살펴볼게요”하고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설명해나간다.
이씨가 한 곳에 멈춰 서서 부추 잎처럼 자라는 작물을 보고 이게 무엇인지 아이들과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들이 자신 있게 부추라고 대답했지만, 대파 씨가 싹튼 것이란 텃밭지기의 설명에 다들 예상 밖이라는 표정이다. 텃밭지기는 대파 새싹 끝에 달려있는 검은 껍질이 대파 씨앗껍질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다 자란 대파에서 나온 씨앗을 손으로 직접 받은 아이들은 손으로 씨앗을 굴려보기도 하고 비벼보기도 하면서 씨앗의 생김새를 관찰한다.
작게 자란 대파와 크게 자란 대파를 비교하면서 장효준(35)씨는 아이에게 대파를 가리키며 “이게 커서 이렇게 되는거야”하고 설명한다.
7살 아들과 함께 텃밭 투어에 참여한 장씨는 “곤충이나 동물은 집 근처에서 잘 볼 수 없어 아이가 좋아하는 곤충을 마음껏 관찰할 수 있는 자연체험을 찾아다니는 편이다. 집 가까운 데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편해서 좋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9살, 6살, 4살의 세 남매와 함께 참석한 이진숙(38)씨는 “아이들이 따라준다면 이런 체험을 더 많이 해보고 싶다. 책으로 100번 보는 것보다 눈으로 1번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체험의 효과를 말했다.
텃밭은 단순히 시민들에게 농사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농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