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제3장 어떤 세월 30회

  • 입력 2015.08.07 13:11
  • 수정 2015.08.07 13:15
  • 기자명 최용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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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선택이 주도한 양잠은 산동면에서 꽤 큰 농민들의 수입원이 되었다. 삼년이 지났을 때 면내에서 누에치기로 올린 소득이 천만 원을 훌쩍 넘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일로 선택의 인생이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

1970년 봄에 대통령은 중대한 발표 하나를 했다. 그 때는 그게 어떤 의미인 줄 잘 몰랐지만 어쨌든 시작은 바로 그 발표였다.

‘자조하는 마을은 빨리 발전하지만, 그렇지 못한 마을은 오천 년이 지나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앞으로 자기 고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뜻있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일을 구상하고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부락이 총동원되어 하면서 힘이 모자라는 것을 정부에 요청하면 이를 도와주겠다. 앞으로 이러한 운동을 추진해나가야 하는데 이를 새마을 가꾸기 운동이라고 말해도 좋고 알뜰한 마을 만들기 운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 해 봄에 가뭄이 자심하여 모내기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대통령이 가뭄을 극복할 데 대하여 연설을 하면서 처음으로 새마을운동이라는 말을 했던 것이다. 그 때만 해도 그게 우리 농촌에 어떤 태풍을 모고 올지, 아니 선택 개인에게 무슨 의미가 될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듬해가 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선택이야 며칠 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정말로 마을에 엄청나게 큰 트럭이 연달아 두 대가 들어와서 시커먼 연기를 내뿜을 때까지 전혀 실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트럭에 실린 것은 말로만 들었지 처음으로 보는 시멘트라는 것이었다. 한 포대의 무게가 쌀가마 반 정도 되는 시멘트는 모두 335포대였다. 시곡 마을 뿐 아니라 그 날 산동면에서 웬만큼 규모가 있다싶은 마을에는 모두 똑 같은 수의 시멘트가 실려 왔다. 알아본 바로는 전국의 33,267개 마을에 그렇게 시멘트가 배당되었다는 것이었다.

“이게 대체 뭐시여? 비료여, 뭐여?”

▲ 일러스트 박홍규

어린 아이부터 늙은이까지 백여 명 넘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모여 한 바탕 북새통이었다.

“보시오, 여기 시멘트라고 써 있잖유. 쌍용이라고, 용 그림도 두 마리 그려졌고.”

“그러니께, 이 시멘튼가 용새낀가가 뭐에 쓰는 물건이냐고?”

“그건 나두 몰르쥬. 관에서 갔다 줬으니께 뭔 말이 있겄쥬. 선택이 성님은 알라나?”

모두의 눈이 선택에게 쏠리는 바람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선택은 시멘트가 무엇인지 대강은 알고 있었다.
“에에, 저기 읍내에서 아주 네모 반듯하게 잘른 돌덩이같은 걸로 지은 집을 본 적이 있을 거유. 그것을 브로꾸라고 하는데 그 브로꾸가 바로 이 시멘트로 찍어서 만든, 그러니까 사람이 만든 돌덩이다 이거쥬.”

“그런 게 있어? 난 본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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