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 생산자-소비자간 또 하나의 연결고리

“농부를, 농업을 확장시키는 도시농업” … 도농상생 역할 ‘톡톡’

  • 입력 2015.08.07 13:08
  • 수정 2015.11.22 20:54
  • 기자명 전빛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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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도시형장터 마르쉐@에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우보농장의 이근이씨가 꽃다발 대신 밀 다발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전빛이라 기자]

“도시농부들은 생산자임과 동시에 소비자에요. 그래서 생산자적 관점에서의 생각이 가능하죠. 이 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돼서 나한테 왔는지를 알아요. 저는 소비가 제대로 돼야 생산도 제대로 될 수 있다고 봐요. 농부가 농산물의 가치를 알고 직접 가격을 매기는 것, 소비자가 알아주는 것, 그게 바로 파머스마켓이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도시형 장터 마르쉐@에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우보농장 이근이씨는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단한 자부심을 보인다. 일반 시장에 나와 있는 ‘얼굴 없는’ 농산물이 아닌, 생산자인 자신의 얼굴을 직접 소비자들에게 내보이며 판매하기에 그 자부심은 결코 과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그는 가격에 있어서만큼은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다.

“생산자가 자존심을 세워야지, 소비자가 가격을 결정하기 시작하면 그 값은 끝없이 떨어지기 마련이에요. 소비자 교육은 생산자들의 몫이죠. 내가 생산한 것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안 돼요. 내 농산물이 남아서 퇴비로 만드는 한이 있어도….”

14년 전, 주말농장 3년차가 되던 해 뜻이 맞는 도시농부들이 모여서 661㎡(약 200평)의 땅을 얻었다. 땅은 투자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한 사람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였다. 그리고 이씨는 농사에 푹 빠졌다. 부모가 농사를 지었던 것도 아니었다. 농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 했던지라 농촌의 농민들로부터 전통농법을 배웠다.

그에게 농사는 예술이었다. 각각의 고유한 색과 맛, 농산물들이 하루하루 변화하는 모습. 그 작은 차이들이 무척 재밌었다. 이런 농산물을 마르쉐@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작은 알감자도, 밀 한 묶음도 고유한 미적가치가 있었다. 농산물이 대량으로 유통되는 가락시장에는 통하지 않는 농산물의 미적가치가 마르쉐@에서는 통했다.

마르쉐@는 인증을 따지지 않았다. 직접 농장을 보고 농부의 철학적 가치관만을 따졌다.

2003년부터 마르쉐@장터에서 농산물을 판매했고, 반응은 항상 좋았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마르쉐@장터는 얼마 전부터 한 달에 두 번씩 열리고 있다. 그만큼 찾는 도시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주 판매 대상은 소규모 소비를 원하는 젊은층이다. 컨셉은 소량, 제철이며 포장까지 꼼꼼히 신경 쓴다. 이곳에 나오는 농가마다 특징이 있다. 그 특징들을 살려 농산물들을 진열한다.

“저는 작물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마늘을 예쁘게 묶어만 놔도 그 자체가 디자인이거든요. 단순히 먹는 것만이 아니라 보는 것까지 생각해요.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알려주죠. 우리 농산물에 대해.”

그가 꽃다발처럼 만들어 3,000원에 판매하는 ‘밀 다발’은 항상 제일 먼저 판매되고, 매번 완판 된다. 이 밀 다발은 씨앗으로도 쓸 수 있고, 관상용으로도 쓸 수 있다. 물론, 먹을 수도 있다.

도시농부의 종류도 다양하다. 소규모지만, 작물공동체가 있어서 마늘이면 마늘만 생산하는 공동체가 있는 등 특정 작물 공동체가 있다. 우보농장에서는 현재 콩 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1년 동안 콩만 생산하는 공동체다. 대부분 자급하고 남는 것을 도시 장터에 일부 판매한다. 그래서 전업농이 우려하는 부분들과는 겹치기 힘들다는 것.

“같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입장이라기보다 농부를, 농업을 확장시키는 의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기존 농업과 경쟁하는 차원이 아니라요.”

이씨는 도농상생을 위해 또 하나를 준비하고 있다. ‘도시민 내 논 갖기’가 그것이다. 도시농부와 농촌의 농부가 결합된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농촌에서 논 일부를 도시민에게 떼어주면 중요한 일거리가 있을 때마다 와서 일을 하고, 평소 기본 관리만 농민이 대신 해준다. 도시민들은 자신의 논이고,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에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도농상생은 추상적인 개념으로 보면 안 돼요. 단순히 사주거나 일손 돕기 수준에서의 수혜적 차원으로 풀어나가선 안 됩니다. 자기 먹거리를 자기가 생산하는 거죠. 이런식으로 상생의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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