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가폭등‘만’ 두려워하는 농식품부

  • 입력 2015.07.25 11:07
  • 수정 2015.07.25 11:18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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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값이 폭등했다며 ‘과감한 조치’, ‘적극적·선제적 대응’같은 단어를 써가면서 농식품부가 양파와 마늘 TRQ 조기도입을 강행했다.

농식품부가 채소값이 폭등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수급조절매뉴얼에 있다. 가격이 상승할 때와 하락할 때를 각각 심각·경계·주의 단계로 구분하고, 상승 심각 단계에 이르면 폭등이라고 보는 것이다. 각 단계는 최근 5년간 평균 도매가격을 반영해 산출한다.

TRQ 물량을 조기 도입할 수 있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각 단계별 조치사항을 살펴보면, 경계 단계에 이르면 의무수입물량을 조기도입·증량하고, 심각단계에 이르면 수입관세를 인하하는 것과 동시에 필요시 정부 직수입을 할 수 있도록 명시돼있다.

하지만 도매가격은 농가의 경영비·생산비 인상분을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 맹점이 있다. 농산물 도매가격 인상 속도가 농민들의 농약값·비료값·인건비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장에서 만나는 농민들에게서 하나같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산물 값은 똑같은데 생산비는 올라가서 힘들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에서 농축산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달라졌다. 소비자물가를 전체 1,000으로 봤을 때, 농축산물 비중은 1985년 235.6에서, 30년이 지난 지금 66.3으로 낮아졌다. 품목별로 보면 양파 0.8, 배추는 1.7 등이다. 그러나 핸드폰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3.9, 전기세는 20.5, 기름값은 31.2 등이다. 정작 정부가 낮춰야 하는 물가는 전기세, 유류비, 통신비라는 뜻이다.

농민들은 가격 폭등을 바라지 않는다. 가격 폭등은 곧 어느 지역의 그 해 농사가 망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비싸도 물량은 줄어버리니 이득 될 것이 별로 없다. 단지 가격이 폭락할 때 생산비는 건지고, 적정한 수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이 단순한 요구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가격이 조금만 올라갈 것 같으면 바로 저율관세로 대량 수입하는 식의 정책을 보면, 물가 폭등이라는 비난은 두렵지만 농민들의 비판은 “뭘 모르는 소리”로 치부하는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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