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생산지 파고든 미국쌀 ‘칼로스’

옥천읍 마트 두 곳서 2013년산 미국쌀 버젓이 판매
“설마 우리 마을까지 올 줄 몰랐다”

  • 입력 2015.07.24 15:22
  • 수정 2015.12.02 10:1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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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촌마트에 칼로스쌀이 등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수입쌀이 공공급식, 외식업소를 점령한 데 이어 이제 쌀을 생산하는 농촌지역까지 파고들자 농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쌀개방의 여파가 눈앞에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충북 옥천지역 농민들은 옥천읍 마트 두 곳에서 미국쌀이 판매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매장에 진열된 미국쌀은 20kg 단위로, 포장지엔 영어로 칼로스 라이스(CALROSE RICE)라고 쓰여 있고, 원산지는 ‘미국’으로 표기됐다. 가격은 20kg 기준 3만4,000원대.

▲ 충북 옥천군 농민들은 지난달 말 옥천읍의 마트 두 곳에서 20kg짜리 미국산 칼로스쌀이 전시돼 판매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옥천군농민회 제공
▲ 칼로스쌀 포장지에는 원산지 ‘미국’, 생산연도 ‘2013년’, 상호명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라고 쓰여 있다. 옥천군농민회 제공

옥천지역에서 생산돼 판매되는 쌀이 4만5,000원~4만8,000원선으로 이와 비교해 1만원 정도 저렴하다. 고품질로 정평이 나 있는 경기 여주쌀이 최고 6만9,5000원인 것과 비하면 절반 값인 셈이다. 그러나 국내산 쌀은 지난해 즉 2014년산인데 옥천 칼로스쌀은 2013년도 생산한 묵은쌀이다.

옥천군농민회 유원균 회장은 “수입쌀이 우리지역 마트에서 판매되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농촌지역에서 수입쌀을 전시해 판매하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 농민들이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라고 가볍게 생각한 것 아니냐”고 참담한 심경을 말했다.

유 회장은 “칼로스쌀을 팔고 있는 두 곳의 마트 중 한 곳은 농민회가 공식적으로 판매금지 요청을 하면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나머지 한 곳은 찾는 사람이 있으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면서 “회원들과 지속적인 대책 논의를 하고 있다. 다른 농민단체는 물론 지역 소비자단체들과도 연대해 칼로스쌀 판매는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밥쌀수입 대행 주체인 aT 미곡부 관계자는 “2005년부터 밥쌀이 수입되면서 음식점, 식자재 업체 등으로 판매가 확산돼 왔다”면서 “수입쌀은 수출국에서 도정까지 완료해 20kg 혹은 10kg 단위로 포장된 상태로 aT를 통해 국내에 반입된다. 이를 aT에 등록된 600여개 공매업체들이 사다가 국내 공급한다. 주로 대형급식소, 음식점, 인터넷 등으로 판매돼 왔고, 이 과정에서 수입쌀과 국내쌀을 섞어 판매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7일 밥쌀 혼합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이번 옥천지역에서 판매된 칼로스쌀처럼 수입된 원래 형태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쌀의 경우 kg당 1,450원 정도로, 20kg 한 포대에 평균 2만9,000원대에 공매업체에 판다.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2,3천원씩 더 붙어 최종 거래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aT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칼로스쌀에 처음엔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도정까지 해서 장시간 수송돼 들여오니 밥맛도 떨어진다. 그러나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안 좋다보니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저렴한 쌀을 찾는 소비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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