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발되는 농협 조합원 제명, 검증절차 더 필요하다

  • 입력 2015.07.19 10:50
  • 수정 2015.07.23 10:3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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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농협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런데 일부 농협에서 조합원 제명을 남발하고 있어 우려가 적지 않다. 대부분 현 조합장과의 갈등이 원인이 돼 사실상 보복적 조치로 조합원 제명이 자행되고 있다. 형식과 절차는 대의원 총회의 의결이라는 합법적 과정을 거치지만 사실상 조합장의 의지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2013년 6월 강원도 동해농협에서 조합원 5명이 제명됐다. 제명 사유는 조합장 사퇴를 종용하고 보궐선거를 통해 조합을 장악하려 시도하며 동해농협의 신용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명된 조합원들은 소송을 통해 조합원 자격을 다시 회복했다. 그런데 지난 조합장 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한 현 조합장은 대의원들의 요구를 명분으로 이들 중 조합장후보로 출마한 전직 감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기도의 모 축협 감사, 모 농협에서는 이사가 제명됐다. 그리고 전북의 모 농협에서도 감사가 제명됐다. 공교롭게도 제명된 조합원이 현직 조합장과 경쟁관계에 있거나 향후 선거에 출마가 예상되는 사람들이었다.

모든 사례에 절차적 문제점은 없다. 대의원총회에 조합원 제명안을 상정해 의결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촌지역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현직 조합장의 뜻을 거슬러 대의원총회 결과가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농촌에서 농사짓고 사는 농민조합원의 조합원 제명은 사실상 농민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래서 조합원 제명은 더욱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일단 대의원총회에서 제명이 의결되면 재심을 요청할 방법이 전혀 없고 오직 법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당사자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소송을 해야 한다. 반면 농협은 농협 돈으로 소송에 응하기 때문에 제명된 조합원 입장에선 재판을 끌고 가기도 어렵거니와 재판에서 이기기는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조합원의 제명 조치는 지역농협의 대의원총회 결의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제명 적합성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정관에 의해 조합원 제명 사유가 타당한지 객관적으로 심사하는 기구를 둬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제명 사유를 심사해야한다. 그래야 현직 조합장의 보복적인 제명을 막을 수 있다. 조합장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에서 대의원총회 의결로만 조합원 자격을 상실케 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악용 사례는 수도 없이 많음을 주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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