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AI, 억울한 상황 하소연할 데도 없다
[인터뷰] AI, 억울한 상황 하소연할 데도 없다
  • 권순창 기자
  • 승인 2015.07.19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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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양우 전남 영암 AI 피해 농민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언론이 구제역과 메르스에 관심을 돌리던 사이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는 계속해서 농가를 괴롭히고 있었다. 4월 이후부턴 다소 소강세를 보였지만 전남 영암 일대는 6월까지 발생이 이어져 지난 15일에야 이동제한이 해제됐다. 고통은 농가의 몫이다. 방역책임의 전가, 대책 없는 가계소득의 단절. 지역에 따라 길게는 1년 이상씩 농가는 AI와의 보이지 않는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2011년부터 세 차례 AI를 겪은 영암 오리농민 어양우(49)씨의 억울한 사연을 통해 방역정책의 맹점을 다시 한 번 짚어본다.

▲ 어영우 전남 영암 오리 농가
긴 싸움을 치러 왔다. 피해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2010년부터 육용오리를 키웠다. 2011년 AI 당시에도 예방적 살처분을 경험했고 지난해 2월에도 예방적 살처분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25일엔 내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2만3,600수를 묻었다. 억울한 건, 이 중 1만2,000수를 하루 전인 24일에 입추했다는 것이다. 하루 차이로 피해 규모가 배로 늘었고, 2만수를 초과하는 바람에 생계안정자금 대상에서도 제외된데다, 입추에 맞춰 꽉 채워 들인 사료도 모두 폐기해야 했다. 이후 지역 이동제한으로 올해 5월 19일까지 8개월간 입식을 못 하다가, 겨우 한 파스를 출하하고 다시 최근까지 이동제한에 묶여 있었다.

8개월간 소득이 전혀 없었던 셈이다. 그 동안 어떻게 생활했나.
이리저리 대출을 받으며 빚이 많이 늘어났다.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원형탈모까지 오더라. 그나마 아이들 교육을 마쳤으니 망정이지 학생 자녀를 둔 농가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8개월 동안이나 소득이 막혔는데 정부에선 아무 대책이 없었다. 생계안정자금을 작년 말부터 2만수 이상 농가도 받게 됐다지만 규모가 크다고 20%밖에 안 주는 건 말도 안 된다. 생계안정자금은 최소한의 생계를 지원해야 한다.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더 주는 게 맞다.

2011년 AI를 겪었던 당시와 지금 상황을 비교하면 많이 다른가.
엄청난 차이다. 2011년엔 음성이든 양성이든 100% 보상을 해줬는데 이번엔 양성이면 기본적으로 20%를 깎고 시작한다. 이것 때문에 신고를 안 한 농가들도 많을 것이다. 양성이 나오면 그 때부턴 죄인이 된다. 주변 농가에 미안한 마음도 있고, 청소와 소독 등 방역당국이 요구하는 후속조치도 너무나 압박이 된다. 첫 방문 때 없었던 거미줄이 두 번째 방문 때 보인다고 지적하는 식이다.

AI를 치르면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뭔가.
현장과 소통이 안되니 정책이 효과를 못 내고 있다. 발생 이후 후속절차가 불필요하게 길게 진행되는데, 가금사육은 하루하루에 손익이 갈리는 농사다.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하다못해 뭐 하나를 문의하려면 농식품부가 검역본부로 미루고, 검역본부가 지자체로 미루고, 지자체가 농식품부로 미루고, 이걸 몇 바퀴씩 돌고 있다. 지나치게 농장 내부에 치중한 방역도, 재입식 전 시험사육동물로 산란계를 쓰는 문제도 현장 상황과는 동떨어져 있다.

마침내 이동제한이 해제됐다. 앞으로 전망이나 계획은.
일단은 매뉴얼대로 열심히 하는 수밖엔 없다. 정부를 믿을 수도 없는 상황이고 발생하면 다 내 책임이니 내 농장은 내가 지켜야 한다. 다만 이동제한은 풀렸으되 여전히 꽉 막힌 것 같은 기분이다. AI가 끝났으면 뭔가 확실한 마무리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농가가 잘 해서 재발하지 않게 하라’는 식이라서 농가가 오리를 키우기에 여전히 찝찝하고 답답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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