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축산단체, 바보가 되지 않기를

  • 입력 2015.07.19 10:3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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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1년. 축산농민들이 가장 힘들었을 그 시기, 11개 민간사료업체들이 배합사료 가격을 담합했다. 지난 3월 의혹이 알려진 뒤부터 공정위가 혐의를 확정 발표한 지금까지 현장에선 농민들의 피끓는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우협회를 제외한 각 축종 생산자단체들은 지난달부터 돌연 담합 가담 업체들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사료업체에 과징금이 매겨지면 그 돈은 세금으로 날아가고, 결국 업체 부담은 사료값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곤경에 처한 사료업계를 도우면 이를 계기로 축산단체가 향후 사료값 결정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말하고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과연 축산단체의 탄원이 공정위 심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 것이며 이로 인해 향후 사료값 샅바싸움에서 축산단체가 얼마나 주도권을 쥘 수 있을까. 실제로 최근 사료업계는 가시적 사료값 인하, 추후 가격협의체계 구축 등 축산단체 요구안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해자인 축산단체가 굳이 담합업체들을 두둔해야 했을 이유를 좀체 납득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그 문제 이전에, 농가의 결집체로서 ‘운동체’의 성격을 띠는 축산단체가 회원농가의 의사에 반해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데서부터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됐든 화살은 활을 떠났다. 이제 축산단체들은 사료업계를 상대로 필사적으로 농민들이 납득할 만한 실리를 얻어내야 한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앞장서서 두둔하고도, 그 기막힌 행위의 명분이었던 ‘사료싸움 주도권’마저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는 농업계 역사에 길이 남을 ‘바보’같은 행위로 치부될 수 있다.

아직까지 축산단체들의 행보를 납득하지 못하는 농민들이 많다. 쉽지 않겠지만 축산단체들이 사료업체들을 상대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성과를 얻어내 스스로의 의문스러운 행위에 대한 이유를 몸소 증명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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