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제3장 어떤 세월 28회
[소설] 제3장 어떤 세월 28회
  • 최용탁 소설가
  • 승인 2015.07.1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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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농협에서 구독하는 두 개의 신문을 늘 꼼꼼하게 읽었고 집에서 틈틈이 라디오 뉴스도 들었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밝은 편이었다. 그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챙겨 보는 사람은 면내에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마을의 젊은이들이 세상 일이 궁금하면 선택을 찾아와 묻기 마련이었다. 그 해 신문과 라디오에서는 온통 월남 파병 이야기로 밤낮이 없었다. 농사일에 여념이 없는 시골에서도 단연 그 이야기가 화제였다.

▲ 일러스트 박홍규

“월남이 어디 붙어있는 나라래여?”

밤더위를 피해 나온 동네 마당의 멍석에 앉아 누군가 입을 떼면 저마다 주워들은 이야기를 씩둑거렸다.
“저긔 동남아시아라고 안혀?”

“그럼 동남아시아는 또 어딘겨?”

“아, 그 사람. 알고 싶은 것도 많네. 어딘지 알믄 마실이라두 댕겨올라구?”

그렇게 말문이 막히면 으레 선택의 입을 쳐다보았다. 신문이나 뉴스를 즐겨본다 한들 선택이라고 특별한 지식이 있을 리 없었다.

“거기가 그러니까 삼국지에 나오는 남만이라구 보면 될 게요. 알몸으로 코끼리 타고 다닌다는 거기 있잖유.”

“아따, 그라믄 제갈량이 가서 싸우던 데를 우리 맹호부대 군인덜이 가서 싸운다는 말이네. 거긔는 지금도 코끼리럴 타구 싸울라나? 그나저나 거기 뽑혀가믄 월급을 엄청 많이 준다고 하더만, 진짠가?”

“먼 군인덜한테 월급을 다 줘?”

“우리나라에서 주는 기 아니고 미국에서 딸라로 주는디 일 년만 갔다오믄 아주 팔자를 고친다고 그러드만.”

시골의 무지렁이들이 하는 이야기야 다들 장님 코끼리 만지기였다.

“근디 그 먼 나라루 우리나라가 왜 즌쟁을 하러 가는 것이여?”

“그걸 몰러서 물어? 우선 미국이 즌쟁을 허는데 힘이 부치니께 우리가 도우러 가는 거 아녀? 글고 머시냐, 월남이 공산화되믄 우리나라도 위험하다고 안 혀?”

“그럼 그 눔덜이 우리나라꺼지 쳐들어온다는 거여?”

“글쎄, 그러니께 대통령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아녀? 메칠 전에 선택이네서 라디오루 들으니께 그리 말씀하시더먼. 월남이 공산화 되믄 우리나라두 안전허지 않다구. 그 말이 그 말이지. 을매나 먼 덴지는 몰러도 여기서 우리가 가는 판에 그 눔덜이라구 못 오겄어?”

선택으로서도 딱히 보탤 말이 없었다. 촌로가 알고 있듯이 언론에서는 학자라는 사람들이 나와 월남이 잘못되면 우리도 넘어갈 수 있다며 그것을 도미노이론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역시나 미국에게서 받은 은혜를 이번 기회에 보답해야한다는 말도 상식처럼 떠돌았다. 그러면서도 선택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조그만 아시아의 후진국과 싸우는데 무슨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한가, 하는 의문은 들었다. 미국이라면 없는 게 없는 부자나라이고 무시무시한 원자폭탄까지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군인이 좀 간다고 무슨 보탬이 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의문을 풀어줄만한 기사나 논설은 없었다.

어쨌든 라디오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번씩 ‘…조국의 이름으로 임들은 뽑혔으니/ 그 이름 맹호부대 맹호부대 용사들아…’ 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학교에서도 가르치는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도 떼 지어 맹호부대 노래를 부르곤 했다.

그 무렵에 또 시골에 유행처럼 퍼지던 게 젊은 처자들의 상경이었다. 그 전부터 서울의 방직공장으로 일을 하러 가는 처자들이 많았는데 그 즈음에는 가발공장으로 간다고들 했다.

“가발이 머시여? 가짜 머리라는 건가?”

말조차도 생소한 가발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으로 팔려나가는 수출품이었다.

“미국이란 나라가 참 별난 나란개벼. 제 머리가 아닌 다른 사람 머리를 뒤집어쓰고 다닌다는 거여? 아님 죄다 대머리가 벗어졌다는 건가?”

사람들의 그런 궁금증도 선택은 풀어주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령부득이었다. 하여튼 먼저 올라갔던 마을의 처자가 편지를 보내오면 주소 하나 달랑 들고 먼 서울 길로 떠나는 처자가 여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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