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육 천지’ 축협 생축장, 번식 전환 가능할까

대규모 번식 한계에 전환 가능성 의문

  • 입력 2015.07.12 20:2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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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한우 번식이 아닌 비육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는 지역축협의 생축장이 위탁사육 문제와 함께 농가의 지속적인 지탄을 받고 있다. 농식품부의 유도와 농협중앙회의 의지에 따라 번식사업으로의 전환이 추진 중이지만 추후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축협 생축장은 1990년대 초부터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기 시작했다. 번식사업을 통해 양질의 송아지를 생산하고, 그것을 저렴한 가격으로 농가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번식우 관리의 어려움과 수익성 악화로 인해 대다수 생축장은 이내 비육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이는 곧 비육우 농가와의 직접적인 경쟁으로 이어져 농가의 반발을 샀다.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가 지난 한 해 불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전국 43개 농축협 생축장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총 사육두수 2만2,982두 가운데 번식우가 5,641두, 비육우가 1만7,341두다.

황엽 한우협회 전무는 “소 값이 떨어지면 도축장 도축물량에 한계가 있는데, 이 때 농가 소가 아닌 조합 생축장 소부터 먼저 처분한다. 농가와 경쟁한다는 1차적 문제 외에 이런 2차적 악행도 있다. ‘농가를 위한 활동’이라는 축협의 대전제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수립한 ‘한우산업 발전대책’에는 생축장의 번식사업 전환 유도 계획이 포함돼 있다. 생축장을 번식축사로 전환할 경우 각종 사업지원금을 우선지원하고 브랜드경영체 평가에 가산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제적 인센티브가 매겨진 만큼 일각에서는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근수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한우협회 전북도지회장)은 “번식우를 규모화하는 것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번식우 관리는 매우 세심하고 예민한 일인데, 축협 생축장에서 그 일을 해 내기는 어렵다. 농협중앙회에서 비육 전환 지침이 내려가고는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과거 번식사업 실패를 경험해 본 조합장이라면 누구도 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번식 전환 외에 축협이 생축장을 활용해 농가 소를 ‘역위탁’ 사육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농가의 송아지를 축협이 위탁사육해 수익을 농가와 배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생축장의 비육 구조가 쉬이 깨지지 않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한우협회 전북도지회가 각 축협 조합장실을 점거, 생축장·위탁사육 문제 개선을 요구하는 등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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