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 ㅣ 한도숙

책으로 농업읽기

  • 입력 2015.07.12 20:05
  • 수정 2015.08.29 17:55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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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 저자 한도숙

박근혜 대통령의 ‘농수산업 대박산업론’ 발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분별한 FTA 체결, TPP 가입, 밥쌀용 쌀 수입 등 수십 년 간 지속된 개방농정에 의해 벼랑 끝 낭떠러지로 내몰린 농민에게 겨우 한다는 말이 ‘미래성장엔진, 대박산업론’이라니. ‘조롱’이고 ‘궤변’에 가까운 말이었다. 박 대통령의 안일한 현실 인식과 그에 따른 알맹이 없는 해법에 다시 한 번 말문이 막혔다.

어디서부터 비판해야 할지 막막하던 차에 책 한 권이 나왔다. 개방농정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 사형선고를 받은 우리 농업에 대한 냉철한 진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이 고스란히 버무려진 책,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가 그것이다.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책을 썼다. 통일농업·국민농업·농협개혁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책 한 권에 모두 담았다. 책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는 한 전 의장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개방농정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던(여전히 진행형이다) 지난 7년 동안 한국농정신문에 쓴 칼럼을 엮은 것이다. 저자 또한 “글을 써냈던 힘은 농업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이었고, 또한 두 정권의 농업에 대한 공격이 무차별적이었다는 역설적 사실”이라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책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고구마는 평소 꽃을 피우지 않는다. 번식이 어려울 정도로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라야만 꽃을 피워 종자를 번식시킨다. 저자는 말한다. “고구마는 덩이줄기가 부실해질 정도로 한발이 들면 제 종자를 퍼트리려고 꽃을 피운다. 한발이 들면 식량이 부족해지고 식량이 부족해지면 민심이 흉흉해지고 (중략) 봉건시대의 사회변혁 시도는 그럴 때 나타났다. 그러니 어머니의 유추는 그렇게 틀린 말이 아니다. ‘고구마꽃이 피면 나라가 망한다.’”

2015년 농업·농촌·농민의 현재를 짚어 보건데 고구마가 꽃을 피워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 시대다. 그만큼 피폐하고 절망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대박산업’만 운운하니 현실과 정치의 괴리감이 꽤나 심각하다. 박 대통령에게 재차삼차 강독을 권유하고 싶다. 이번 여름에는 ‘저도의 추억’ 같은 사진만 찍지 말고 이 책,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를 정독하기를. 삶을 반추하는 데 책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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