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협 비육사업, 한우농가와 경쟁 눈총

경영부담에 번식 전환도 쉽지 않아 ‘애물단지 전락’

  • 입력 2015.07.12 15:14
  • 수정 2015.07.12 19:4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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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지역축협의 생축장 사업을 바라보는 한우농가들의 시선이 따갑다. 당초 번식우 사업으로 시작한 지역축협 생축장들이 비육 사업에 뛰어들며 농가와 출하경쟁을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경남 함양산청축협은 현재 생축장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사육규모는 1,350두인데 이 중 번식우는 50두 뿐이다. 이 축협은 1995년 농림부 지정 한우특화사업에 선정되며 생축장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완공한 백전생축장은 비육우만 700두를 사육하고 있다.

▲ 1997년 7월 완공한 함양산청축협 백전생축장은 축사 11개동에서 거세비육우 700두를 사육하고 있다.

함양군 한 축산농민은 “우량송아지를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란 취지로 시작한 한우특화사업인데 지금은 거세비육만 하고 있다”며 “지역축협이 축산농가와 직접 경쟁을 하니 어렵다”고 개탄했다. 그는 “전국이 사육두수 감축 노력을 할 때도 축협은 소값이 좋아지리란 기대로 적정두수를 유지해야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며 사업을 유지했다”며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지역 축산농민들은 축협이 수익을 내고자 명절시기 출하를 놓고 농가와 경쟁하고 지역식당들도 대부분 생축장 소를 구매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생축장 사업이 경쟁력이 없는 사업이란 지적도 있다. 함양산청축협 A이사는 “축협 생축장의 수익구조와 농가의 수익구조가 다르다. 개인농가는 인건비가 빠지니까 수익이 나는데 축협은 그렇지 못하다. 소값에 조합장 이하 직원들의 인건비 부담이 들어가니 규모가 커질수록 적자도 커진다”고 분석했다.

A이사는 “그렇다고 선뜻 생축장을 정리하기도 어렵다. 축협이 사료공장을 만들었는데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사료의 절반 이상을 생축장에서 소비하고 있다”며 “생축장 두수를 줄이면 사료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조합 직원들조차 ‘생축장이 애물단지’란 말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전북 순정축협도 사육규모 1,000두 남짓의 생축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성연 한우협회 순창군지부장은 “농가에 좋은 송아지를 공급하는 게 생축장의 본래 목적인데 비육사업만 운영하고 있다”며 생축장을 원 취지대로 번식우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역축협들은 “번식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번식우 사업계획은 잡지 못하고 있다. 박덕원 순정축협 생축사업소장은 “번식우가 360두 정도 되지만 송아지 분양은 못하고 있다. 인력충원, 시설개보수 등 구체적인 번식우 사업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고 털어놓았다. 통상적으로 비육경영보다 번식경영 적자가 더 크고 번식우 사업은 브루셀라, 우결핵 등 질병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농협중앙회는 올해 200억원 규모의 지역축협 번식우 사업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축산경영부 관계자는 “생축장은 원칙적으로 번식우 사업을 하는 게 맞다. 최근 번식기반에 문제가 생기며 지역축협의 번식우 사업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든 생축장을 번식우 사업으로 전환하긴 어렵다며 “번식우 사업을 하기엔 여건이 못 미치는 생축장은 6차산업과 접목하거나 농가와 윈윈하는 체계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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